/ 마흐무드 다르위시 지음ㆍ송경숙 옮김 아시아 발행ㆍ146쪽ㆍ1만원
팔레스타인의 ‘계관 시인’이자 아랍문학권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마흐무드 다르위시(66)의 시선집이 출간됐다. 첫 시집을 낸 1960년 이래 출간된 30여 권의 시집 중 12권에서 41편의 시를 고른 것으로, 국내에서 처음 발간되는 시인의 작품집이다.
번역을 맡은 송경숙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다르위시를 유명하게 한 것은 음악성이 강하고 민족적 정서가 거침없이 표출된 초기 시들인데, 본인이 예술성이 부족하다며 수록을 만류해 선집에서 뺐다”면서 “리듬감이 탁월한 아랍어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다르위시 시의 음악성은 매우 옮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르위시는 흔히 ‘유랑의 시인’으로 불린다. 팔레스타인의 고토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일어난 ‘1948년 전쟁’을 피해 일곱 살에 고향을 떠난 이래 시인은 50년 가까이 줄곧 유랑의 삶을 살아왔다.
96년 자치정부가 있는 요르단강 서안으로 귀환했지만 불안정한 치안 때문에 지금도 여러 곳의 거처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전 생애 동안 지속된 이런 실존적 조건은 유랑을 그의 50년 시사(詩史)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만들었다. ‘강 언덕 위의 나그네, 강처럼… 강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내가 있는 이 먼 곳으로부터 나의 야자나무로 나를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란 말인가’)
64년부터 2004년까지의 작품을 아우른 이번 선집은 시인의 시적 경향 변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송 교수는 “다르위시의 시는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베이루트에 정착하는 1971년까지의 초기 서정시, 튀니지로 가게 되는 82년까지의 이행기, 이후 서사시, 극시에 몰입한 성숙기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초기의 강한 운문성은 언어 내부의 내재율에 의존하는 조용한 리듬으로 대체됐고, 시적 대상은 팔레스타인 민족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에서 유토피아를 찾아 유랑하는 인간 보편의 상황으로 확대됐다.
‘우리는 조국을 위한 조가(弔歌)를 부를 수 있었을 뿐!/ 우리 다 함께 기타의 가슴에 조가를 심으리라’(‘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고 웅변했던 60년대 시와 ‘우리는 우리의 살로 이루어지지 않은 한 나라로 간다/ 그 밤 나무들이 우리의 뼈로 이루어지지 않은. 그 바위들이 산(山) 노래의 염소들이 아닌. 그 자갈들의 눈이 붓꽃이 아닌.’(‘우리는 한 나라로 간다’)이라고 희망하는 80년대 시 사이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참석차 방한 중인 다르위시는 “아무리 암흑 같은 삶일지라도 그 안에서 빛을 찾고 희망을 만드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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