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방을 택시 밖으로 내동댕이 치지 못한 게 천추의 한(恨) 입니다."
부산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ㆍ구속)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정상곤(53ㆍ사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9일 법정에서 김씨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건넨 목적 등을 진술하며 가슴에 쌓여 있던 회한을 털어놓았다.
정 전 청장은 이날 오전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고종주)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위해 돈을 건넨 것이 맞느냐"는 검사 질문에 "맞다. 특정한 자리를 놓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사청탁) 차원에서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김상진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돈가방을 택시 밖으로 내동댕이 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됐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정 전 청장은 "그날 비가 많이 왔는데, 얼떨결에 가방을 받았다"며 "돌려 주려고 수 차례 전화 했지만 연락이 안됐고, 나중에 통화가 돼 돈을 가져가라고 했는데도 그러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로부터 받은 1억원이 세무조사 무마에 따른 대가 아니냐는 검찰 측 추궁에 "김씨와의 식사 자리에서도 '(세무비리) 제보자가 있어 봐줄 성질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고, 김씨도 '그런 도움을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한편 부산지검은 이날 김씨의 민락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 지난 5월 김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고 관련 서류를 조작해 김씨가 부산은행으로부터 68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로 이 은행 부부장 노모(44)씨를 구속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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