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임정연(33)씨는 지난달 일본 도쿄 출장길에 리츠칼튼호텔에 잠깐 들렀다. 이 호텔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가 훌륭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곳은 꼭 찾아가 보는 편이에요. 요기도 하고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수다 떨기에 그만한 곳도 드물거든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식 애프터눈 티 문화가 최근 국내에도 상륙했다. 각급 호텔의 로비라운지나 레스토랑에서 애프터눈 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차 한 잔에 각종 샌드위치나 케이크, 과자, 초콜릿, 과일 타르트 등이 푸짐하게 딸려 나와 한끼 식사로도 훌륭하다는 것이 장점. 웨스틴조선호텔 안주연 계장은 “몸매 관리에 신경쓰는 젊은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늦은 점심이나 간단한 저녁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호텔들이 올데이 다이닝(all-day dining), 즉 언제나 고객이 원할 때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잇따라 개점하는 것도 애프터눈 티가 자리잡는 배경이다.
최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세븐스퀘어’를 오픈한 서울프라자호텔 홍보담당 정유진씨는 “하루 종일 주방이 가동되면서 애프터눈 티를 위해 즉석에서 구운 빵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애프터눈 티는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상류사회의 귀부인들이 오후의 공복을 달래기 위해 티타임을 가진 데서 유래했다. 살롱문화가 발달한 18, 19세기에는 애프터눈 티 타임이 사교와 비즈니스를 위한 시간으로 자리잡았고, 이를 위해 특별히 옷을 갖춰 입는 것이 에티켓이 될 정도로 유행했다.
영국식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애프터눈 티가 사랑받고 관광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캐나다 밴쿠버의 유서깊은 관광명소인 임프레스호텔은 애프터눈 티로 워낙 유명해 관광안내책자에 ‘이 호텔의 애프터눈 티 타임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설명까지 나온다.
호텔가에서 최근 쏟아내고 있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다즐링, 얼그레이 등 유명 수입차나 커피, 샴페인 중 택일하고 다양한 디저트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형태다. 보통은 차 한 잔에 모듬 샌드위치와 핑거푸드, 페스트리와 케이크가 세트로 꾸며지지만 아예 차보다 먹거리에 치중, 뷔페처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차 한 잔 값에 5,000원 정도 더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빵과 과자류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인기 배경이고 보면 당연한 결과.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족을 위해 산딸기차 장뇌산삼차 솔잎차 등 전통 한방차를 뷔페로 내놓고 유과와 약과 등 전통 다식을 제공하는 한식 애프터눈 티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호텔의 애프터눈 티 타임은 대부분 로비라운지와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어진다. 드물지만 ‘점심 혹은 저녁 대용’을 원하는 실속파들을 위해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하는 곳도 있다.
가격은 1만5,000~2만2,000원대. 한 호텔 관계자는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브런치를 호텔가에서 처음 도입하고 확산시켰듯, 애프터눈 티 문화도 실속과 유행을 따지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있는 외식 풍속도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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