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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트로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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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페트로차이나

입력
2007.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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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소도시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탁 축제'로 불린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2만여명의 주주들은 워런 버핏이 거둔 실적에 환호하며 그의 말을 복음처럼 듣는다. 올해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일부 주주들이 중국의 국영 석유ㆍ가스 회사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회사의 모회사인 중국석유가스집단공사(CNPC)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수단에 투자한 돈이 '다르푸르 학살'을 자행한 무슬림 민병대의 군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이유에서다.

▦ 홍콩 증시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 주식의 11%를 2003년에 사들인 버핏은 그러나 "저평가된 주식을 샀을 뿐, 내가 아는 한 윤리적 문제는 없다"며 요구를 거부했고, 안건 역시 98% 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런 버핏이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수 차례에 걸쳐 이 주식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4년여 만에 6~7배의 차익을 거뒀으니, "전적으로 주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그의 말도 성립한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자신의 명성이 '학살주'로 더럽혀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 얼마 전엔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미국 여배우 미아 패로를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이 유럽계 투자은행인 UBS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페트로차이나의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의 주간사를 맡은 USB에게 손을 떼라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모회사인 CNPC가 석유사업권의 보상조로 수단 정부에 제공하는 돈을 군부가 활용해 다르푸르 학살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USB는 즉각 "고객과의 일"이라며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5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페트로차이나는 미국의 엑슨모빌을 제치고 단번에 시가총액 세계 1위로 부상했다.

▦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이 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총 기준이 모호하고 중국증시의 거품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트로차이나의 발행주식은 모두 1,830억주. 이 중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40억주의 주가(5달러대)를 기준으로 하면 시총이 엑슨모빌의 두 배에 달하지만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는 210억주의 주가(2달러대)로 계산하면 2위에 머문다. 더구나 1,580억주는 정부 소유의 비유통 주식이다.

이런 논란과 별개로 '시총 세계 톱 10'에 공상은행 중국이동통신 중국석화 차이나라이프 등 5개의 중국기업이 포진한 현실은 대륙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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