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라는 단어는 명예훼손적 표현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설사 그 사람이 ‘동성애자’라 해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폭로하면 죄가 된다는 것이다.
박모(26)씨는 우연히 자신의 군대 후임이었던 고모씨가 주변인들에게 자신을 ‘스토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할 방법을 물색했다. 박씨는 2005년 12월 군 후배 A씨의 인터넷 미니홈피 방명록에 “고씨는 사실 게이(남성 동성애자)다. 그거 숨기느라고, 그거 밝히느라고 이제 난 못 참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박씨는 지난해 1월까지 고씨와 친분이 있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의 미니홈피에 고씨가 동성애자라는 글을 올리거나 쪽지를 보냈다. 이를 알게 된 고씨는 박씨를 고소했고, 결국 박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물론 고씨는 동성애자가 아니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박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에도 사회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된다”며 “또 박씨가 고씨를 괴롭히기 위해 이 글들을 게재한 점을 고려하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가치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해도 사회통념상 그로 인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판단되면 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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