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국내 통신업계에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다음 주께 마무리 될 하나로텔레콤 매각을 앞두고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한국경쟁력연구원(KORIC) 조찬 포럼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심을 안 갖는 게 이상한 일 아니냐.
지켜보면 안다"고 말해 내부적으론 이미 오래 전부터 인수전 참여를 준비해왔음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절대 강자(시장점유율 50.5%)인 SK텔레콤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종합통신그룹을 지향하는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유력 인수후보였던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가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에서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알려져 판세도 SK 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세게 통신업계의 트렌드가 '유ㆍ무선 통합 서비스' 시대로 가파르게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유선 분야 강화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통신업계는 기존 KT그룹(KTㆍKTF), SK텔레콤, LG그룹(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의 3파전에서 KT그룹과 SK텔레콤(SK텔레콤ㆍ하나로텔레콤)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휴대폰은 물론,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등 대부분의 통신 분야에서 KT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특히 하나로텔레콤의 주력 사업인 인터넷TV(IPTV) 서비스 '하나TV'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법제화가 늦어져 아직 꽃을 못 피우고 있지만, 시장 전망이 매우 밝은 분야인 탓이다. 하나로텔레콤이 지난해 7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 TV의 가입자 수는 66만명(10월 말 기준)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우선 인수자금만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유선통신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라 향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KTF나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는 물론, 유선 사업자들도 이통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유선 2위업체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의 합병 인가 절차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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