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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도와 권력' 왜 남반구는 항상 아래인가…'권력의 산물' 지도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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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도와 권력' 왜 남반구는 항상 아래인가…'권력의 산물' 지도 뜯어보기

입력
2007.11.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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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제이 클링호퍼 지음ㆍ이용주 옮김 / 알마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세계의 모든 지도는 북쪽이 위이고 남쪽이 아래다. 그러나 1979년 호주에서 출판된 ‘수정본 세계지도’는 거꾸로다. 호주가 맨 위에 있고 그 아래 아시아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왼쪽 아래, 유럽은 오른쪽 아래 하단에 그려져 있다. 이 지도의 주석에는 “남반구는 더 이상 북반구를 어깨에 짊어진 채 비천함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남반구가 부상한다. 호주 만세”라고 쓰여 있다.

지도는 이렇게 제작자와 그가 속해 있는 나라의 가치관, 권력관계,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창작품이다. 미국 러트거스 대학 정치학 교수인 아서 제이 클링호퍼는 <지도와 권력> 에서 지도가 문화적, 정치적 견해, 상상력 등의 산물임을 세밀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1583년 중국에 도착한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는 중국인을 기독교로 개종하기 위해 유럽의 지도제작기술을 보여줌으로써 관심을 끌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동쪽 끝에 그려져 있는 유럽의 세계지도는 중국인을 화나게 했고, 마테오 리치는 재빠르게 동경 170도 부근의 태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새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에는 중국이 두드러지게 표시됐다.

지도에는 권력관계가 반영돼 있으며 지도를 제작하고 수집하는 측은 그렇지 않는 측에 비해 우세한 권력을 갖는다. 18세기말 러시아가 일본의 북방영토를 넘볼 때 일본은 홋카이도와 사할린 지도 제작에 들어갔다. 아마존강 유역처럼 지도의 전통이 없거나, 태국이나 티베트처럼 지도를 만들어도 보존하지 않는 지역은 유럽인이 진출했을 때 땅을 빼앗기는 고통을 겪었다.

지도는 권력의 중요한 도구다. 미국 독립전쟁 후 강화협상에서 영국은 캐나다 국경에 붉은 선이 표시된 1735년 지도를 근거로 국경 획정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구 소련은 2차 대전 이전의 국가 지도가 포함된 지도책을 출판했다가 회수했다. 중국은 지금도 18세기 청나라의 지도를 공개하길 꺼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인의 지도에 대한 인식은 16세기 지도제작자 메르카토르의 절대적인 영향 하에 있다. 메르카토르의 축적은 유럽과 북미가 크게 그려져 있다. 중국의 4분의 1, 아프리카의 14분의 1인 그린란드가 아프리카와 크기가 비슷하다. 메르카토르 지도로는 북미가 아프리카의 3분의 2이며, 유럽이 겨우 인도 크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1980년 출간된 독일출신 좌파 급진지리학자 아모 페터스의 등면적도법(等面積圖法) 지도는 이 같은 왜곡을 바로잡아 아프리카와 인도의 크기가 제대로 나타난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이 페터스의 투영도법을 채택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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