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선정에 19년이나 걸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이 첫삽을 떴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서 노무현 대통령 등 7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착공식을 가졌다.
공모를 통해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이름지어진 방폐장은 총 210여만㎡ 부지에 80만 드럼의 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다. 한수원은 1단계로 2009년 말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10만 드럼 규모의 시설을 100% 국내 기술로 완공할 예정이다. 1단계 시설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동굴처분방식으로, 지하 80~130m 깊이의 바위에 수직으로 원통형 인공동굴을 뚫어 폐기물을 저장한다. 나머지 시설은 이후 처분방식을 결정해 단계적으로 증설된다.
노 대통령은 착공식에서“이제 개발독재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는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며 “방폐장 부지 선정은 사회적 갈등 과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있는 역사”라고 말했다.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에 저장될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난 작업복, 장갑, 교체부품 등 사용 후 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현재 이 폐기물은 고리 영광 울진 등 각 원전의 임시저장소에 보관중이며 2009년께 울진 원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폐기물들은 압축 고체 상태로 만들어져 전용 선박을 통해 해상으로 운송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건조중인 운송선박은 2,600톤급, 길이 78.6m, 폭 15.8m로 이중선체 및 이중엔진, 방사선차폐구조, 충돌방지 레이더, 위성통신 장치, 기상정보 장치, 화재방지 장치, 비상전원 설비를 갖추고 있다. 폐기물이 센터에 도착하면 X선 검사 등으로 방사능 농도와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검사한 뒤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 용기에 담기게 된다. 용기는 동굴로 옮겨지고 용기 사이 공간을 자갈로 메운 뒤 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한다.
처분용기, 동굴, 암반의 3중 보호막으로 방사능을 차폐함으로써 연간 방사선량 0.01밀리시버트(X선 촬영 1회에 해당) 이하로 관리된다. 한수원측은 지진 때에도 방사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센터 전체 시설은 최소한 60년 이상 발생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다. 210여만㎡의 방폐장 지상 부지에는 수목원, 홍보관, 전망대 등을 설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방폐장 운영은 전담 관리기관이 맡게 될 예정이다.
2010년부터 폐기물이 반입되기 시작되면 경주시에는 연평균 85억원의 반입수수료가 들어오게 된다. 특별지원금 3,000억원은 이미 지급됐고 경주에 지어지고 있는 양성자가속기가 2012년 이후 가동되면 연 1조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동국대 지역경제연구소 이영찬 박사는“2020년까지 경주의 인구는 2005년보다 2배, 사업체 수는 1만개, 지역내 총생산액은 6조원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청년환경센터 등 5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부지선정투표 중 불투명한 부재자투표, 금권투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핵사업 추진은 경주 방폐장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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