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우리는 공중파 TV에서 인기가수들이 열창하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순위 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시작된 TV 가요프로그램의 쇠락이 점차 심화하고, 가수들마저 음반 홍보의 훌륭한 매체로 여겼던 TV 출연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곡을 소개하느라 5분이 넘는 곡을 3분여 정도로 줄여서 내보내는 공급자 편의 위주의 방송, 어설픈 진행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방송사고 또한 대중가요를 더 이상 공중파 TV에 묶어놓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가수들이 TV 가요프로그램을 떠나는 대신 인터넷이 음반의 주요 홍보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공중파 TV 이상으로 인터넷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최고의 히트곡으로 꼽히는 원더걸스의 <텔 미> 와 빅뱅의 <거짓말> 은 노래는 물론 가수들의 모습조차 TV를 통해 쉽게 보기 힘들었다. 몇번 가요프로그램 외에는 이들이 공중파 TV에 출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뱅의 경우 <거짓말> 로 단 3개의 오락 프로그램에만 출연했을 정도다. 대신 두 그룹은 인터넷을 인기의 근원지로 삼았다. 거짓말> 거짓말> 텔>
원더걸스는 작곡가 박진영의 UCC 동영상을 선봉으로 내세워 <텔미> 춤을 전국민적인 오락으로 홍보했고, 빅뱅은 본격적 활동을 하기 전부터 인터넷 음원차트에서의 반응을 기대하며 온라인 쪽에 홍보전략을 집중시켰다. 텔미>
이런 현상은 최근 가요프로그램의 침체와 더불어 TV 홍보가 음원의 직접적 판매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빅뱅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김태창 이사는 “신인이라면 TV 홍보가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은 TV 프로그램 출연이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인터넷을 통해 실질적인 음원 소비층에 직접 다가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MBC <쇼바이벌> 의 폐지는 공중파 TV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인 가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인기를 얻는 과정을 담은 <쇼바이벌> 은 가요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일반 오락 프로그램에 비해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폐지됐다. 쇼바이벌> 쇼바이벌>
한 방송 관계자는 “음악 프로그램 자체가 이제 공중파 방송에서 특별한 메리트를 갖지 못한다”며 “공중파 TV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은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9인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들을 공식 데뷔 전 UCC를 통해 소개,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국의 록 그룹 라디오헤드는 이렇다 할 프로모션 없이 인터넷으로 자신들의 음원을 무료 배포, 전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가수들의 완전한 ‘TV 탈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의 멤버들은 상당수 연기를 병행하고, 빅뱅의 멤버 탑 역시 KBS <아이 앰 샘> 으로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 음원 홍보는 TV를 벗어날 수 있지만, 가수가 더 높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TV를 중심으로 한 다방면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
김태창 이사는 “음원 홍보는 인터넷이나 공연 등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겠지만 소속 가수들은 능력만 된다면 연기 활동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가수의 인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드라마 출연 등의 TV 활동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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