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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누가 이회창을 다시 불러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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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누가 이회창을 다시 불러냈는가?

입력
2007.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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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이다. 소문대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인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선언하자 초조해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갑자기 우경화해 이 전 총재와 우경화, 정확히 표현해 ‘극우화’ 경쟁을 벌이는 것도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이다.

■ 우경화 경쟁에 묻히는 민생문제

사실 이 전 총재의 출마 소문과 관련해 나는 한 인터넷신문에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모든 관심이 정치 세력간의 이합집산으로 모여져 가뜩이나 정책적 논쟁이 실종된 대선이 더욱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명박 후보의 우경화로 가뜩이나 우경화된 대선지형이 더욱 우경화되며, ▦이 전 총재가 대북정책을 공격의 초점으로 삼으면서 대선의 쟁점이 대북정책으로 옮겨가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민생문제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불행히도 현실은 정확히 우려했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언론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며 노욕의 발로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BBK로 상징되는 이명박 후보의 의혹들이 노욕을 불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전 총재를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낸 것은 단순히 이 전 총재의 노욕이나 이명박 후보의 낙마 가능성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명박의 독주를 가능하게 해준, 이에 따라 이전총재로 하여금 “내가 나가 냉전적 보수표가 분열되더라도 정권교체에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준 민주화운동 진영, 특히 그 중 다수파인 집권 자유주의진영의 무능이다.

쉽게 말해, 이 전 총재가 출마를 하자 여론조사에서 그가 이명박 후보에 이어 2위를 하고 다른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진영 후보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까지도 3등으로 밀려나 있는 비극적인 현실이 이 전 총재를 다시 정치권으로 불러낸 것이다.

그 동안 얼마나 민주화운동 진영이 국민의 지지를 잃었으면 그 대표주자의 지지도가 각종 스캔들로 두 차례나 대선에서 떨어졌고 차떼기의 총책으로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나야 했던 노정치인, 그것도 수년간 정치활동을 중단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정당도 없이 홀홀단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선 노정치인의 지지도보다도 낮게 나오겠는가?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운동진영, 특히 자유주의진영이 지난 10년간 집권을 하면서 저지른 실정에 따른 업보이다. 물론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지나친 것이고 민주화운동진영이 이룬 업적도 많다. 그러나 현재의 민심은 업적보다는 과오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유주의진영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1997년 경제위기와 이에 따라 자유주의진영이 도입한 97년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97년 경제위기는 집권냉전세력의 무능을 폭로함으로써 자유주의 진영의 집권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주의 진영은 위기극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고 그 결과 유례없는 양극화가 찾아오면서 민심이 정권교체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양극화와 민생 파탄 속에서 아무리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이라고 외쳐봐야 별 효력이 없다.

■ 민주진영은 97년 체제 반성해야

결국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계기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진영은 자신들이 도입한 97년 체제에 대해 뼈아픈 자기반성을 하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적 담론과 정책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냉전적 보수세력의 분열로 어떻게 어부지리를 얻을까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저작권자>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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