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의 전략은 ‘무시와 외면’이다.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어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명박 후보를 공격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 전 총재는 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뭐 그냥 험한 소리 나오더라도 일일이 대응하고 그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각해 보면 그분들도 참 어렵겠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대신 반격 포인트는 연성화한 이 후보의 이념과 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한 측근인사는 “조직도 없이 혈혈단신 나선 이 전 총재는 철저히 ‘이슈 파이팅’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흥주 특보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신대북정책과 이 전 총재 대북관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통 보수층이 핵심 어젠다로 꼽는 국가 정체성과 안보 분야야말로 이 전 총재가 이 후보 측의 수성(守成) 전략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입구라는 인식이다.
이 특보는 “북핵 폐기와 관련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당이 전혀 반박하지 않아 이 전 총재가 강 대표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도 있다”며 한나라당의 연성화를 꼬집었다.
선거 막바지에 이 후보의 도덕성 또는 재산 문제 검증 등 네거티브 공세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전 총재 측근들은 현재로선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보수의 분열이란 비판이 비등한데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는 것이 과연 득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지적을 안 해도 이 후보가 불안하다는 것을 국민이 이미 알고 있다”며 “우리가 앞장서서 네거티브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7일 출마 기자회견 때처럼 이 후보 관련 의혹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지만 사실상 ‘이 후보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전제를 깔고 상대하는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해도 BBK 사건의 주역 김경준씨가 귀국하면 이 후보에 대한 검증 공방이 재연될 것이고 이 경우 가만히 앉아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전 총재의 셈법이다.
한편 강삼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이 전 총재의 남대문 단암빌딩 사무실에서 이 전 총재, 이정락 변호사, 이흥주 이영덕 특보와 함께 선거 대책을 논의했다.
강 전 총장은 “선대위 골격도 없는 만큼 나를 공식적으로 부를 직함도 없고 내 역할도 모른다”면서도 “앞으로 수시로 조정회의에 참석해 정식조직을 출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선대위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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