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그루지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7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3년 무혈 시민혁명인 ‘장미혁명’을 통해 출범했던 정부가 4여년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1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 사태기간 모든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며 국영 방송국을 제외한 모든 방송국의 뉴스 방영도 중지된다.
지난 2일부터 조기 총선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트빌리시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7일 5만명을 넘겨, 장미 혁명 이후 최대 규모를 보였다. 이날 처음 폭동 진압 경찰이 투입돼 시위진압에 나서면서 500여명이 다쳤고 친야권 성향의 방송국에 무장 경찰들이 들이닥쳐 방송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10개 야당 연합이 대통령의 부패와 권력남용을 비판하면서 내년 가을로 연기한 총선을 예정대로 내년 봄에 실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더딘 정부 개혁과 관료들의 부패 만연, 고 물가ㆍ실업자 증가ㆍ빈부격차 심화 등 경제 침체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겹쳐 시위가 확산됐다.
하지만 사카쉬빌리 대통령은 “시위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며 러시아 외교관 3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구소련 연방이었던 그루지야는 장미혁명 이후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는 미국 동맹국이다. 친서방 정책을 중단시키려는 러시아가 내부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대해 “무책임한 도발”이라고 일축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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