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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어떻게 세계디자인 수도를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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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어떻게 세계디자인 수도를 이룰까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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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 산업디자인단체 협의회'(ICSID)에서 서울이 2010년 세계디자인 수도(WDC)로 선정되었다 한다.

눈부신 도시발전으로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두바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들과 경쟁하여 선정되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서울시가 얼마 전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설치하는 등 서울의 미래를 디자인에 올인한 것 같다.

● 채움 못지않게 비움의 균형 필요

디자인을 통한 도시 혁신을 목표로 한 거대한 디자인 프로젝트는 건국 이래 가장 거대한 규모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야심적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외에도 청계천 개발의 연장선상에서 구도심을 대상으로 건축ㆍ주택분야의 외관 등 도시경관, 문화분야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등의 내용을 보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강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여의도나 반포, 뚝섬 일대의 시민공원에서 바라본 강변의 모습은 콘크리트 고가도로와 다리, 아파트 말고는 더 볼 것이 없는 삭막한 풍경들이다.

하상계수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나 한강은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문화관광 자원이다. 프라하의 카를교나 파리의 센강 다리들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여유, 아름다움을 머지않아 한강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품어본다.

사실 우리 도시에 디자인이 요구된다 함은 그것이 단순히 미관만이 아닌 시민생활에 효율과 안전, 편의성과 쾌적함, 경제적 실익을 함께 거두어야 한다. 개념적으로 디자인보다 예술이 상위 개념이지만 굳이 디자인이라는 용어로 모든 정책이 집행되는 것을 용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삶의 다양한 필요와 욕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비대해지고 과밀해진 서울의 경우는 '채움' 못지않게 '비움'의 균형도 필요하다. 요컨대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 자유로움,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채움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개발, 정비 등의 사업으로 인한 피해자도 적지 않다. 특히 서민들이나 소외 계층들이 생활의 터전을 박탈당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해왔다. 아직도 우리에겐 개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 걷히지 않은 상태이다.

서울시의 야심적이고 의욕적인 사업추진이 무언가 부푼 기대를 주지만, 일말의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너무 성급히 추진되고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건만 해도 그렇다. 모두가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을 뿐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 건축물 자체가 아름답도록 장려를

디자인 도시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손질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현재 우리 문예진흥법상 미술장식품 제도는 건축물의 아름다움보다는 부가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미술품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격이다.

좋은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축물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도록 장려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심미적 건축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정책이 요구된다.

당국이 아파트 디자인에 대해서도 간섭하고 나설 요량이라면, 더욱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건축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행정의 모색도 함께 병행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이재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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