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이 둘로 쪼개지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접촉이 본격화하고 있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지지율이 하락에 따른 당내 '정동영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반전의 모멘텀이 필요한데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역시 '실기'를 우려하는 당내 의원들의 강력한 단일화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신당측의 김한길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7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단일화에 관한 의사타진을 했다. 통합신당 당시 공동 대표였던 두 사람의 만남은 단일화의 테이블에 나서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8일 "민주당쪽 입장을 확인해달라는 당의 요구에 따라 회동을 내가 제의했고 시간이 없다는데 박 대표와 공감이 있었다"며 "박 대표는 후보등록 이후에 단일화를 할 수도 있지않느냐는 당내 주장들을 소개했고, 나는 세력통합을 먼저 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설득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신당 쪽 희망사항에 대해 얘기가 있었지만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측은 정 후보와 이 후보간 단일화를 위한 양자 TV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다음주 목요일쯤부터 3회가량 토론이 성사돼야 하며 이는 단일화 협상을 위한 사실상의 전제조건"이라면서 "범여권 전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신당에선 현실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1단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성공하면 '반부패 연석회의'를 고리로 문국현 후보나 민노당 권영길 후보를 한층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고문, 김원기 의원 등이 민주당측과, 한명숙 전 총리가 문 후보측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단일화 방식이다. 신당은 세력 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원샷 통합'을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1997년 'DJP 연대'처럼 한 후보를 지지한 뒤 집권할 경우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신당 핵심관계자는 "합당은 현실적으로 촉박해 선거연합 형태로 민주당을 끌어 앉아야 한다"며 "여론 지지율에서 정 후보가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이 후보에게 뭘 줄 것이냐는 정치적 결단이 단일화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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