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가 반정부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변호사 등이 중심이 됐던 반정부 시위의 무게 중심이 부토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세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압박과 협상’이라는 양면전술을 구사하는 부토가 페르베즈 무샤랴프 대통령과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샤라프 대통령도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키로 약속하는 등 수습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부토 전 총리는 7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야당 지도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내는 한편 파키스탄 국민들에게 반독재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 9일 이슬라마바드 인근 도시인 라왈핀디에서 반정부 시위를 여는 데 이어 13일에는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대규모 행진을 강행키로 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 자칫 유혈 충돌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그간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부토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에 본격 가담,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결전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의 지원 아래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 분점 협상을 해왔던 그는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실제 반정부 시위에는 나서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파키스탄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도 부토의 침묵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토와 무샤라프 간 권력 분점 협상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토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대통령 측에서는 “양측간 대화 채널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에서 대법원 판사들과 달리, 부토를 비롯해 부토측 지도자들이 구금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8일 국가안보위원회를 주재한 뒤 ”내년 2월 15일 이전에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총선을 예정대로 실시하라는 부토측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다. 국가 비상사태도 1~2개월 안에 해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눈엣가시’인 대법원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인사들로 대법원을 재구성하게 되면, 비상사태 선포를 해제해 양측이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무샤라프 대통령은 대통령 지위를 확고히 보장받고, 부토는 총선을 통해 총리직을 노릴 것이란 얘기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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