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계 순위 30위권의 S그룹 계열사인 S중공업이 두산중공업의 세계 최고 수준의 담수(淡水)화 설비 기술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 관련자들을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경쟁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기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기업 도덕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는 8일 S중공업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전 회사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K(61)씨와 같은 회사 임원 출신 김모씨를 구속했다. 이에 앞서 두산중공업은 K씨 등 핵심 기술진 4명이 S중공업으로 이직하자 검찰에 “기술 유출 혐의가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K씨 등은 거액을 받고 S중공업으로 옮기면서 자신들이 담당해 온 해수 담수화 설비 사업 관련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을 선언한 S중공업이 담수화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K씨 등 두산중공업 기술진을 영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K씨는 과거 해수 담수화 설비 시장을 양분하던 다단계증발법과 역삼투압법을 접목한 혼합형 설비를 개발한 인물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엔지니어로 인정받아 왔다. 2002년에는 세계담수협회 회장상을 수상했으며, 두산중공업에서 부사장, 기술연구원장, 고문 등을 역임한 뒤 올해초 퇴사했다.
바닷물을 식수나 농업, 산업용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설비 사업은 전 지구적 현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첨단 기술이다.
최근 넘치는 오일달러의 투자처를 찾고 있는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주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시장규모가 2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1978년 해수 담수화 분야에 진출했으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90년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 40%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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