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니아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전통적으로 11월은 공연 비수기로 분류돼 왔지만 시기를 올해로, 더욱이 장르를 뮤지컬로 한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라이선스, 창작 나눌 것 없이 수많은 작품이 공연되고 있거나 개막을 준비 중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 초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와 <뷰티풀게임> 은 16일 같은 시간에 막을 올려 뮤지컬 팬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뷰티풀게임> 헤어스프레이>
■ 브로드웨이 VS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식 뮤지컬 코미디를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헤어스프레이> 가, <오페라의 유령> 으로 대표되는 웨스트엔드식 화법을 원하는 뮤지컬 팬에게는 <뷰티풀 게임> 이 좋은 선택일 듯하다. 뷰티풀> 오페라의> 헤어스프레이>
미국의 괴짜 감독 존 워터스의 동명 영화(1988)를 원작으로 한 <헤어스프레이> 는 2002년 시애틀 초연 이후 3개월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2003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뮤지컬 상, 극본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작품. 헤어스프레이>
1960년대 초반 인종차별이 심했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뚱뚱하고 못생긴 소녀 트레이시(방진의, 왕브리타 더블 캐스팅)가 댄싱 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흥겨운 춤이 돋보이는 코미디로 꾸몄다.
2000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뷰티풀 게임> 은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북아일랜드 자치주의 수도 벨파스트 축구팀의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뷰티풀>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순수한 청년 존(박건형)과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가진 토마스(김도현)를 중심으로 북아일랜드 내 아일랜드인과 영국인의 갈등이 증폭됐던 197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배신을 그린다. 노래로만 진행되는 웨버의 전작과 달리 대사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드라마가 강한 <뷰티풀 게임> 은 뮤지컬로는 드물게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이다. 뷰티풀>
연출자 윤정환씨가 “로맨틱 코미디에 지쳐 있고 묵직한 울림을 원하는 관객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라고 강조할 정도. 2000년 영국 비평가협회의 베스트 뮤지컬 상을 받았으며 제목 <뷰티풀 게임> 은 펠레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 앤드 뷰티풀 게임> 에서 따 왔다. 마이> 뷰티풀>
■ 14일 VS 10년
<헤어스프레이> 는 연습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이다. 트레이시가 TV쇼 <코니 콜린스 쇼> 에 출연하면서 인기남 링크(김호영)의 마음을 사로잡고 댄스경연대회를 매개로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까지 해결하게 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들이 조건과 외형에 대한 잣대 대신 마음의 눈으로 서로의 매력을 찾아가는 심경의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진다. 반면 <뷰티풀 게임> 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가피하게 꿈과 사랑을 잃게 되는 젊은이들의 비극을 그리다 보니 무려 10년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뷰티풀> 코니> 헤어스프레이>
■ 복고 댄스 VS 사커 댄스
두 작품은 안무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헤어스프레이> 는 연출자 김재성씨가 “성인용 로큰롤 쇼”라고 묘사할 정도로 트위스트, 스윙, 자이브 등 1960년대를 총망라하는 댄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2막에서는 배우들이 줄을 맞춰 같은 춤을 추는 라인댄스도 등장한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신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헤어스프레이>
<뷰티풀 게임> 에는 이런 라인댄스는 없다. 보여주기보다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안무의 목적이기 때문. 패스, 태클, 가슴 트래핑 등의 축구 동작에서 딴 일명 ‘사커 댄스’는 캐릭터의 성격과 극의 전개까지 암시한다. 뷰티풀>
특히 대사 없이 6분 20초의 춤과 노래로만 이어지는 1막의 축구 결승전 장면(The Final)은 결말까지도 예측 가능케 한다. “누가 누구에게 패스하고 반칙하는 선수는 누구인지를 자세히 보면 2막에 대한 복선까지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출자의 귀띔이다.
<헤어스프레이> 는 내년 2월 1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뷰티풀게임> 은 내년 1월 1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뷰티풀게임> 헤어스프레이>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