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를 막 돌았을 때, 가끔씩 스피드 건을 들고 있는 교통경찰들을 만나게 된다. 화들짝, 급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스피드 건을 들고 있는 경찰과 만났을 땐, 뭐랄까, 내 자신이 스스로 죄인이 된 기분이다.
누군가 내게 총을 겨눈 채, 똑바로 가라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다. 친구 한 명은 스피드 건의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한 달 넘게 고생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정비가 채 끝나지 않은 신도시로 이사 간 친구는, 매일 아침, 스피드 건을 들고 서 있는 경찰 한 명과 맞부닥뜨렸다고 한다.
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곳이라,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있는 경찰 때문에 늘 규정 속도 이하로 엑셀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넘게 같은 경찰을 만난 친구는 어느 날, 홧김에 차를 주차하고 뚜벅뚜벅 경찰에게 다가갔다. 왜 매일 차도 없는 도로에 나와서 단속을 하느냐, 따질 생각이었다. 한데, 경찰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무언가 좀 이상했다.
그는 경찰이 아니었다. 방범 복장을 한 평범한 젊은이였다고 한다. 그 젊은이가 한 손에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빵빵, 거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도로 위 차들은 움찔움찔, 보닛을 떨면서 속도를 줄였다. 젊은이는 그것이 신이 나 계속 빵빵, 거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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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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