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청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국세청이 어제 6개 지방청장 및 간부 연석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쇄신을 다짐했다. 이례적으로 공개된 회의에서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중국 청나라 황제가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이 말은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또 기강 확립과 신뢰 회복 차원에서 비위정보 수집ㆍ색출 등 내부 감찰을 강화하고 정치적 중립 저해 및 국민 불편 행위 등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전군표 전 청장의 검찰 소환 및 구속과정에서 한때 집단행동까지 거론하며 조직적으로 반발했던 국세청이 뒤늦게나마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내부 추스르기에 나선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각오가 곧바로 낡은 관습과 폐쇄적 조직문화의 타파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추문이 생길 때마다 비슷한 이벤트를 가졌으나 마침내 세무행정의 수장까지 상납 비리에 얽혀 드는 사건이 생겼으니 말이다.
물론 본인이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유ㆍ무죄를 섣불리 예단할 것은 아니다. 또 개인 비리를 조직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그러나 설령 전씨가 받은 돈이 인사 청탁용 뇌물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보조라고 해도, 그 같은 관행은 광범위한 '먹이사슬'이 존재하지 않고는 유지되기 힘든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세무조사 무마 청탁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상납사실 함구 압력, 탈세방법 교사, 비리제보자 신원 공개 등의 갖가지 추한 행태가 극소수 세무공무원에 한정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세무행정의 문란이 개탄스러운 이유는 개인 비리에 대한 징벌로 끝나지 않고 국가의 재정체계를 뒤흔든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연간 150여조원을 조달하는 나라살림의 핵심 기관이다.
세무공무원이 엄정한 규율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세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탈세의 온상 등 검은 유혹이 판치게 된다. 국세청은 말 그대로 '국궁진력'을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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