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친구로 두지 않는 것이 철학이다."
세계 IT분야에서 최초로 백만장자가 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57)의 인생철학은 독특했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8일 산업자원부 주최로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부품소재 국제포럼'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원한 개발자로 남고 싶다"며 부와 명성을 지향하지 않는 비범한 천재의 독특한 면모를 드러냈다.
최초의 통신용 해킹도구, 매킨토시 컴퓨터 등을 만들어 '천재 개발자'이자 '마지막 해커'로 통하는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 공동창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현 CEO인 스티브 잡스에 비해 조명을 덜 받았다. 스티브 잡스가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인생관이 틀렸기 때문.
그는 "스티브 잡스는 아이작 뉴턴의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 세상을 바꾸는 소수의 천재가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며 "하지만 나는 잡스 같은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여서 아버지처럼 돈벌고 생계를 꾸리려 했을 뿐"이라고 회고했다.
워즈니악은 대학시절 등록금을 벌기 위해 1973년 HP에 입사했고 여기서 고교 동창인 스티브 잡스를 다시 만났다. 고교 시절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할 만큼 천재였던 그는 일주일 만에 소형 컴퓨터를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76년 그를 부추겨 자기집 창고에서 수작업으로 '애플1' 컴퓨터를 만들어 팔았다.
애플1이 날개돋친듯 팔리자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잡스가 애플사를 창립했다.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는 경영을 책임졌고 나는 사람자르는게 싫어서 개발자 역할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윈도'처럼 그래픽 환경의 컴퓨터 운용체제(OS)를 처음 만든 사람도 워즈니악이었다. 그는 79년 제록스 연구소에서 개최한 기술 시연회에 참석했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그래픽 OS를 개발했으며 이를 탑재한 매킨토시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80년 애플이 주식 시장에 상장하면서 워즈니악과 잡스는 백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워즈니악은 부를 독차지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직원들이 주식 분배에 불만을 표시하자 갖고 있던 8만여주를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줬다.
이후 83년 비행기 사고를 당하면서 결국 애플을 떠난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것을 좋아해 회사를 떠났고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아직도 애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IT업계 창업자중 유일하게 학위를 받았다"며 "잡스나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등은 학위가 없다"고 농담을 했다.
애플을 떠난 워즈니악은 초등학교 교사로 변신했다. 자비를 들여 구입한 애플 노트북과 인터넷 계정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컴퓨터 교육을 하던 그는 최근 업계로 복귀해 투자업체인 액콰이어사를 설립했다.
워즈니악은 "기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감성"이라며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휴대폰 '아이폰'은 기능보다 사람들이 고를 수 있도록 감성을 자극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성은 정규 교육에서 얻을 수 없다"며 "남다른 생각을 제시하는 개발자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수 차례 록 콘서트를 열고, 동구권에 컴퓨터를 기증하기도 했던 그는 유달리 컴퓨터를 사랑한다. 그는 "앞으로 컴퓨터가 인생에 꼭 필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컴퓨터가 꾸준한 기능 발달로 학교에서 아이들의 표정을 알아보고 집안 일이나 근황을 묻는 등 진짜 사람 같은 교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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