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핵심 브레인인 이강래 상임선대본부장은 "이번 대선은 87년 구도와 비슷해질 것"이라며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 분명히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기회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로 야기된 정국 변화이다. 비록 정 후보의 지지율이 3위로 처졌지만, 대선판이 3자구도로 급변한데서 역전의 한 가닥 희망을 보고 있다. 정 후보측은 그간 양자구도론 승리가 어렵다고 보아왔다. 지지율이 50%대를 넘는 이 후보의 고공행진을 자력으로 깨기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신당 선대위 김현미 대변인이 8일 자체 여론조사를 공개하며 "이 후보의 지지율이 7일 조사에서 36.4%까지 하락했고 곧 35%이하로 떨어지는 등 대선판이 요동칠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후보는 1일 16.8%에서 7일엔 16.1%로 소폭 하락한 반면 이 전 총재는 22.9%에서 25.4%로 상승했다.
물론 현재 지지율로는 3자구도에서도 정 후보의 승리는 힘들다.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합이 60~65%, 나머지가 30%가량이고 무응답층이 5~10%밖에 안 된다.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정 후보측은 그래서 1987년 13대 대선을 주목하고 있다.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분열로 대권을 여당에 넘겨준 사례다. 당시 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정권교체는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김영삼, 평민당 김대중 총재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승리하는 어부지리를 거뒀다.
정 후보측이 3자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상정하는 당선권은 지지율 38%다. 87년 노 후보가 얻은 36.6%보다 약간 높은 38%로 잡은 것은 당시 4위였던 공화당 김종필 후보(8.0%)의 득표력이 현재의 민노당 권영길 후보에 비해 높다는 가정 하에서다.
정 후보가 대권에 다가서기 위해선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보수진영의 분열로 인한 실망층 이탈이 필수적이다. 정 후보의 지지율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호남권 단합 등으로 25%로, 보수층으로 넘어간 범여권 지지자 10%정도가 복귀하면 35%대로 올라설 수 있다. 여기에 이 전 총재가 끝까지 버텨주면 대선은 그야말로 계가싸움이 된다.
이 본부장은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이전투구, BBK 주가조작사건 수사 등으로 중도보수 성향의 지지자가 상당히 떨어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