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중순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인 준중형급 i30(아이써티)를 출시하자 언론이나 고객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월에 기아자동차가 내놓은 동급 모델 ‘씨드’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두 모델이 차급이나 디자인에서 비슷해 글로벌 시장에서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ㆍ모델간섭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몇 개월에 지나자 이는 기우에 그쳤다. 이유는 한 지붕 두 가족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정체성 차별화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브랜드를 통합해 i시리즈를 내세우기로 결정한 반면, 기아차는 기존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시장에서 공조해온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른 길을 걷는 첫번째 시도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6년 브랜드 차별화를 선언한 후 1년만에 본격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는 세련된 이미지를, 기아차는 당당한 이미지로 차별화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i시리즈로 본격적인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다. 내년 3월 경차 올 뉴 i10 미니를 시작으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동안 고급세단 i60(제네시스) 등 모두 8개의 i시리즈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알파벳 i는 정보(information), 혁신(innovation) 등 앞서가는 첨단 제품의 이미지와 함께 나(I, myself)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젊은 세대를 상징하며 숫자는 세그먼트를 의미한다.
인도공장에서 생산하는 i10은 내년 3월 영국을 비롯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며, 이어 중형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i40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또 클릭(수출명 겟츠)의 세계 전략모델인 i20은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에, 제네시스를 베이스로 개발된 후륜구동 쿠페모델인 BK(개발 코드명)도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에 선보인다. 그랜저TG 페이스리프트모델인 i50도 내년 중 나오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과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i30x와 i50x도 2009년까지 세계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기아차는 현대차와 다르게 기존 브랜드를 밀고 나간다는 전략이다. 올 1월 출시한 씨드를 시작으로 고급 SUV인 ‘모하비’ 등을 시장에 내놓아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또 제네시스의 플랫폼을 사용한 고급세단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 사의 특성에 맞게 세계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플랫폼 공유 등의 공조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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