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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야간학교 '라스트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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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야간학교 '라스트 레슨?'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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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신갈야간학교. 상가와 모텔 틈바구니 한쪽에 옹색하게 자리잡은 단층짜리 가건물이 대낮인데도 을씨년스럽다. 한 쪽 귀퉁이에 있는 정원도 아늑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쓰러운 느낌을 전한다. 건물외벽에 붙은 ‘신갈야간학교’라는 나무간판만 없으면 영락없는 건설현장 식당이다.

하지만 이 야학은 개교 25년을 맞이한 중견 학교다. 비록 정식교육기관은 아니지만 1982년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2,000여명의 학생들이 이 곳에서 문맹의 서러움을 털어버렸다. 그러나 이 야학은 곧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 용인시가 학교 앞 오산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천주차장을 없애면서 시유지인 이 곳에 주차타워를 건설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12월 시작될 예정이다.

윤명호(44) 교장은 “이 학교는 이곳이 아니면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소외계층의 눈물과 꿈이 어린 곳”이라면서 “대체부지를 마련하려 용인시청, 교육청, 도청 등을 찾아 다니며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4년째 글을 가르치고 있는 성용구(25ㆍ학원강사) 교사는 “올해는 16명이 초중고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1명은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AALF) 손편지쓰기에서 특별상을 받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며 “야학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폐교위기를 눈치 챈 학생들이 동요하자 최근 학교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카페를 열고 폐교 반대운동과 함께 모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9일에는 일일찻집을 열고 십시일반 힘을 보탤 예정이다.

현재 이 학교에는 강사 4명 포함, 23명의 교사가 8개 주ㆍ야간반, 100여명을 가르치고 있다. 무보수로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이나 직장인 자원봉사자이며 무료로 배우는 학생들은 40∼60대 주부가 대다수이다. 최근에는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주여성 4명이 새로 학생으로 등록했다.

2002년 입학해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통과한 유명순(59ㆍ여)씨는 “야학에 처음 다니면서 세상이 새로 열리는 기분이었다”면서 “폐교소문에 할머니 학생들이 요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허현무(22) 교사는 “8월 처음으로 화성 제부도에 1박2일 수학여행을 갔을 때 소녀처럼 기뻐하던 엄마 뻘 학생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이 곳을 찾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천막을 치고라도 수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글ㆍ사진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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