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의 무소속 출마로 요동치는 대선구도에 '박근혜의 선택'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보수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이명박-이회창 대결에서 박 전 대표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 쪽으로 형세가 급속히 기울 수 있다.
대선 그라운드에서 후보들이 다퉈야 할 공이 엉뚱하게 장외의 박 전 대표 손에 들려 있는 형국이다. 이번 대선판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일그러진 모습이어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최측근 실세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전격 사퇴는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8월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깨끗한 승복 선언으로 한국 정당정치를 한 단계 높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선 이후 승자와 패자측 간 갈등과 불화가 깊어져 왔으며 박 전 대표측은 불화의 중심에 이 최고위원이 있다며 퇴진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 최고위원은 사퇴 성명을 통해 "저를 지렛대로 한 그 어떤 권력투쟁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화합과 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대선구도가 이미 미묘해진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출마선언 전후 20%대의 지지도를 확보한 이회창씨의 기반이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과 겹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씨가 내세운 출마명분은 사실상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제기했던 논리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경선 승복이라는 대의명분과 정서적ㆍ노선 상의 공감 사이에서 번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내주 중반 BBK 김경준씨 귀국이 몰고 올 파장도 중요한 고려 변수일 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 안팎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정치게임은 호사가들의 흥미거리는 될지언정 우리의 관심사는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게임 속에 중요한 정책 대결이 실종되는 점이다. 저급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데 자질과 정책을 따지고 물을 겨를이 있겠는가. 이회창씨의 무소속 출마가 몰고 온 가장 큰 폐해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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