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8일에도 침묵을 지켰다. 대정부질문이 실시된 국회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은 채 종일 삼성동 자택에만 머물렀다. ‘바른생활소녀’ 박 전 대표의 이틀째 국회 결석은 그만큼 속내가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 화합의 걸림돌로 지목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사퇴했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선 이 후보 측이 바라는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제 첫 단추가 꿰어진 것 일 뿐”이라는 뜨뜻미지근한 평가였다.
김재원 의원은 “당 화합이란 큰 길의 진입로에 놓여졌던 바리케이드가 일단 치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 화합로에 진입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른 측근 의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 후보 측이 앞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당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지 지켜 보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측근 의원은 “이 최고위원만 사퇴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끝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성명서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각급 필승결의대회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이 최고위원이 여전히 오만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향해 활짝 웃어 주는 장면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12일 예정된 대구 필승결의대회에 참여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박 전 대표의 몸값은 이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사이에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너무 일찍 카드를 써버릴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박 전 대표는 또 체질적으로 ‘거래’로 비쳐지는 정치 행위를 싫어한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이걸 해 줬으니 저걸 달라는 식의 거래를 하려고 들면 안 된다”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도 늦어질 것 같다. 최경환 의원은 “경선 승복과 이 후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당분간은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면서 공을 넘겼으니 “이제 박 전 대표가 화답할 차례”라며 점점 압박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으로선 시간이 지날수록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너무 뻗대는 것 아니냐”며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 측으로선 이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측근은 “힘과 타이밍의 절묘한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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