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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변호사 윤리와 양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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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변호사 윤리와 양심선언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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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왕국' 미국의 변호사 41만 명이 회원인 전미 변호사협회(ABA)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변호사윤리강령을 집행, 감독하는 일이다. 캘리포니아와 메인을 제외한 48개 주에서 채택한 ABA 표준윤리강령은 변호사 관련사항을 자율에 맡긴 사회의 '변호사기본법'이다.

독자적으로 한층 엄격한 윤리강령을 시행하는 캘리포니아 변호사협회는 윤리 위반사건을 다루는 법원까지 두었다. 이 '변호사법원'은 주 대법원의 하급심 기능을 한다. 이런 미국 변호사윤리강령이 첫머리에 규정한 것이 고객, 의뢰인의 비밀을 지킬 의무다.

■비밀 준수가 중요한 것은 의뢰인과의 신뢰가 없으면 변호사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고객 이익을 성실하게 돌볼 것으로 믿고 맡길 이가 없게 된다. 캘리포니아 변호사윤리강령은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의뢰인 동의 없이 비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실수로 유독 물질을 상수원에 방류, 주민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다. 그러나 이 때도 공개 여부는 변호사의 재량에 맡긴다.

■표준윤리강령은 추가로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한다. 먼저 의뢰인이 범죄와 기망 행위 또는 변호사 도움을 이용, 타인에게 상당한 재산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다. 이 때도 비밀공개 의무는 없고, 조언과 협력을 거부할 수 있다. 또 범죄행위를 사후에 알았을 때,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해 고객 비밀을 공개할 수 있다.

이 밖에 의뢰인이나 제3자와의 법적 다툼에서 자기 방어에 필요한 경우다. 이에 비춰 대한변호사협회의 윤리장전이 "공익상 이유가 있거나 변호사 자신의 권리 옹호에 필요한 경우 최소한 범위에서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모호하다.

■대한변협이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비밀준수의무 위반을 시비하자, 시민단체는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이라고 반박한다.

늘 편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이지만, 법익에 따라 올바른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야 진정한 정의가 구현된다. 무엇보다 해괴한 것은 가장 세속적인 법질서를 희롱한 범죄에 공범 노릇을 했다는 법률가가 곧장 법 앞에 나서지 않고, 엉뚱하게 하느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단의 비호 아래 '양심 선언'을 한 사실이다.

부당한 핍박을 받을 처지도 아닌 이가 법의 영역 주변을 어지러이 맴도는 한, 어떤 고발도 무효로 치부하고 싶다. 그의 '양심'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자못 흥미롭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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