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이 노인들의 인생 황혼기를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노인 성병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8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병은 2002년 이후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노인 계층에서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집계하는 성병 감염자(표본감시자료 기준)는 2002년 3만2,876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2,824명까지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65세 이상 감염자는 133명에서 203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02년 0.4%에 머물렀던 전체 성병 감염자 중 노인 비율이 2006년에는 1.5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성병 진료건수가 해마나 1,000여건 이상 늘어나면서 관련 비용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치명적 질병인 에이즈에 걸리는 노인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있는 추세다. 2002년에는 노인 감염자가 8명에 불과했으나, 2004년 2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9명을 기록했다. 전체 에이즈 감염자 중 노인 비율도 2002년 2.01%에서 지난해에는 5.19%로 껑충 뛰었다.
보건당국은 노인 성병 환자 급증이 과거에 비해 체력과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성관계를 즐기는 비율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노인복지회관이나 공원 등지에 모이는 남성 노인을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노인 성병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방치할 경우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성병이 노인의 삶의 질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정확한 실태파악과 함께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성균관대 의대에 노인 성병 감염 실태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또 성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노인 집결지 등에서의 에이즈와 성병 예방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감염 노인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지역 보건소에서 신속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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