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엄격한 의무병역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다. 올해 타계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정부에 편지를 보냈다.
한 젊은 음악인이 군대에 가서 재능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두 거장이 한 목소리를 내도록 만든 주인공이 바로 ‘트럼펫의 파가니니’로 불리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30)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성장해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나카리아코프는 일본에서 응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로스트로포비치와 바렌보임 덕분에 3년 대신 3개월 동안 군대에 가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음악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와 바이올리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누나 베라 나카리아코프 역시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9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오랫동안 앉아있을 수가 없게 되자 아버지는 그에게 트럼펫을 쥐어줬다. 아버지에게 기초를 배운 후 독학으로 트럼펫을 연마한 그는 1년 만에 구 소련의 군악대와 협연할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보였고, 14세 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단시간에 독학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 천재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오직 연습만이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 트럼펫은 재즈 악기로 느껴졌어요. 하지만 독쉬체르가 트럼펫으로 연주한 바흐 프렐류드를 듣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죠. 트럼펫의 소리는 마치 내 목소리처럼 느껴집니다.”
트럼펫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나카리아코프가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찾아온다. 2003년 이후 4년만의 내한으로, 160년의 역사를 지닌 금관 오케스트라 프랑스 리퍼블릭 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프랑수아 블랑제)와 동행한다. 현란한 기교와 아름다운 음색 뿐 아니라 잘생긴 외모로 특히 일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그는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외모라고 생각지 않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관객들이 내 얼굴만 보지 말고 나의 음악을 공유해줬으면 좋겠다”고 애둘러 답했다.
나카리아코프는 이번 공연에서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 디니쿠의 <호라 스타카토> , 바흐의 <에어> 를 선사하는데, 이 가운데 <에어> 는 플루겔호른으로 연주한다. “플루겔호른은 트럼펫과 비슷하지만 소리는 전혀 달라요. 트럼펫보다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가졌기 때문에 첼로나 클라리넷, 오보에 같은 악기의 레퍼토리를 연주하기에 적합하죠. 아주 어둡고 부드럽고 빛나는 소리를 냅니다.” 에어> 에어> 호라> 랩소디>
그간 다른 악기를 위한 곡들을 트럼펫에 맞게 편곡해 트럼펫 레퍼토리 확대에 힘써온 그는 조만간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G장조, 요제프 슈베르트의 비올라 협주곡, 하이든 첼로 협주곡 D장조을 담은 음반을 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모두 그의 아버지가 트럼펫, 혹은 플루겔호른을 위해 편곡했다. (02) 580-13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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