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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알코올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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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아폴리네르 / 문학과지성사'벨 에포크'의 한가운데서 "희망은 또 얼마나 격렬한가"

1918년 11월 9일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3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프랑스에 진 빚을 갚겠다”며 1차대전에 자원참전해서 입은 부상의 후유증이었다. 로마에서 시칠리아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모나코, 독일 등지를 떠돌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라 불렸던 19세기말 20세기초의 프랑스 파리, 보헤미안들이 활보했던 그 한가운데로 나타났다. 그때 꽃핀 모든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선두에는 그가 있었다. ‘초현실주의’라는 용어는 아폴리네르가 자신의 희곡〈티레지아스의 유방>을 가리켜 최초로 사용한 말이다.

“시인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협력하여 그들 시대의 모습을 결정하며, 미래는 그들의 견해에 순응할 것이다.” 이렇게 말했던 아폴리네르는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피카소로부터 1907년 여화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을 소개받는다. 둘은 5년간 격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이별한다. 아폴리네르의 가장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는 그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사랑이 떠나간다 저 흐르는 물처럼 / 삶은 얼마나 느린가/ 희망은 또 얼마나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무네’

2001년 한국어로 완역된 <알코올> 은 아폴리네르가 1913년 낸 첫번째 시집이다. ‘미라보 다리’와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등 50여편의 시를 엮은 이 시집은 역사상 프랑스에서 나온 시집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라는 통계도 있다. 섬세한 서정과 유려한 리듬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은 물론, 아폴리네르는 이 시집의 모든 시에서 구두점(문장부호)을 없애버리는 초유의 실험을 했다. 구두점 없는 현대시는 바로 아폴리네르에게서 유래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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