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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소방의 날/ 소방관 70%가 하루건너 밤새… 근무환경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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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소방의 날/ 소방관 70%가 하루건너 밤새… 근무환경 빨간불

입력
2007.11.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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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자살하려고 해요. 빨리 출동해 주세요.”

7일 오후6시45분. 서울 영등포소방서 119 상황실에 마포대교에서 40대 남성이 난간에 올라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소방서에 긴급 출동을 알리는 ‘딩동딩동’ 벨소리가 울리자 30초도 안돼 119대원 23명이 소방지휘차량, 소방장비를 실은 펌프차량 및 구급차량, 육상구조대 차량 등에 나눠 타고 출동했다.

퇴근길 정체를 뚫고 5분만에 간신히 현장에 도착하니 술에 취해 한강 투신 소동을 벌이던 이모(42)씨는 시민들의 설득으로 이미 난간에서 내려온 상태. 상황종료다. 119대원들은 “허탈하긴 하지만 다행이 아니냐”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소방서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다시 출동이다. 이번엔 노인이 엘리베이터 문틈에 다리가 끼었다는 신고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지금은 긴급구조 상황입니다. 운전자 여러분 양보 좀 부탁 드립니다”라고 외치지만 선뜻 비켜주는 차량은 없다. 15년째 긴급출동 운전을 맡고 있는 김종철(48) 소방장은 “인명구조는 일분일초를 다투기 때문에 현장에 빨리 도착하는 게 우선”이라며 “운전자들의 작은 양보가 인명 구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일 하루 동안 지켜본 영등포소방서에는 ‘노숙자끼리 싸운다’ ‘집 문을 열어달라’ ‘어린아이 손이 찢어졌다’등 온갖 신고가 숨 쉴 틈 없이 계속됐고, 119대원들은 출동과 귀대를 거듭했다.

5일 오후3시50분 영등포구 도림1동 화재는 위험했다. 좁은 골목길 주택밀집지역 화재라 소방차 진입도 어렵고 자칫 큰 불로 번질 수도 있었다. 대원들은 소방호스를 들고 100여m를 숨이 멎을 정도로 뛰었다. 불이 난 2층 집은 불길과 시커먼 연기로 휩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에 갇힌 사람이 있을까 집안 곳곳을 뒤졌다.

장상환(39) 소방교는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못 살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어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망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119대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근무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무는 계속 늘고 있지만 ‘사명감’으로만 버티기에는 인원이나 장비가 열악하기 짝이없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 2만9,972명의 소방대원 중 69.8%인 2만937명이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비번인 날도 현장 지리조사, 소방검사, 비상근무 등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일주일 초과 근무시간이 170시간을 오간다.

그러나 임무를 저버릴 수는 없다. 한시라도 임무에 소홀하면 시민의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종욱(45) 소방교는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와 목숨을 살린다는 자부심 하나로 천직(天職)이라 생각하고 일한다”고 웃었다.

박관규기자 qoo77@hk.co.kr박유민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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