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교수에서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지 8년째. '생보사 1호 상장'을 추진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신창재(54) 교보생명 회장이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기업의 CEO로서가 아니라 보험학개론을 강의하는 '교수님'의 모습으로 강단에 섰다.
신 회장은 지난 달 25일 서울 수송동 손해보험협회 회의실에서 언론인을 위한 보험강좌의 첫 강사로 나섰다. '생명보험산업,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한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에서 그는 보험산업의 의미와 현주소를 자신의 견해를 곁들여가며 차분히 풀어갔다.
신 회장은 현재의 보험산업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주식ㆍ펀드 열풍으로 인한 전통적 보험상품의 관심 저하, 방카슈랑스 확대에 따른 보험업 고유영역 붕괴,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증권업의 약진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국내 보험산업은 국내총생산의 신장과 함께 성장해 왔지만, 은행권과의 규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생보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국민은행 한 개사에도 못 미치고, 손보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하나은행 한 개사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사회보장제도의 보완적 기능을 하는 보험산업은 사회적으로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 <삼총사> 에 나오는 'one for all, all for one'(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는 말은 보험에 가장 적합한 말"이라고 소개하고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도 보험에서 유래했다"고 소개했다. 삼총사>
신 회장은 이어 "생명보험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보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고, 보험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줄이고, 보험사에 대한 나쁜 인식 등을 불식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는 "보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은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에 모두 기여하는 일종의 공익적 활동"이라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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