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산에서 실종된 후 사망한 것으로 꾸며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낸 부부가 검찰에 붙잡혔다.
2004년 8월 광주에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던 박모(40)씨는 사채 등 빚이 10억원이 넘자 부인 문모(25)씨와 여동생(35)에게 “내가 숨진 것처럼 속여 빚을 탕감받고 보험금도 타내자”고 제안했다.
박씨는 같은 달 중순께 문씨 등과 함께 전북 남원군 지리산 뱀사골에 휴가를 간 뒤 자신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처럼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당시 지리산 일대에는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폭우가 내렸고, 실제 박씨는 실종자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 박씨의 여동생은 관할 경찰서에 “직접 오빠가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거짓 신고한 뒤 실종자신고처리확인서를 발급 받았다. 문씨도 시어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 이장에게 남편의 사망증명서를 써달라고 한 뒤 남편의 호적지 관할 면사무소에 인정사망 신청을 했고, 이를 근거로 3개 보험사로부터 7억2,3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현행 호적법상 수재나 화재 등이 발생해, 사망의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주변의 상황으로 미뤄 사망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 그 사고를 조사한 관공서의 보고에 의해 호적에 사망으로 기재케 한다는 인정사망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거액의 보험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던 박씨 부부는 또 다른 3개 보험사에 추가로 14억원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박씨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집중적으로 유사 보험 상품에 중복 가입한 데다 박씨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들이 문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면서 금융감독원에 이 사실을 알렸고, 금감원의 의뢰로 수사에 들어간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광주지검 형사2부는 7일 박씨와 문씨 부부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여동생을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