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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강경책이 이란 강경파 득세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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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강경책이 이란 강경파 득세 조장"

입력
2007.11.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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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최근 이란에 대해 일방적 제재조치를 강화한 것이 오히려 이란 강경파들의 득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평화연구소’ 수석 연구원인 바버라 슬라빈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새로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란 정부를 분열시켜 보다 합리적 인물의 등장을 돕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는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제재조치로 ‘미국은 실제로 이란과 화해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오직 핵무기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만이 이란의 살길’이라고 외치는 이란 강경파들의 주장에 부쩍 힘이 실리게 됐다는 것이다.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란 핵협상 대표 알리 라리자니가 지난달 사퇴하고 대표적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측근인 사에드 자리리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도 미국의 강경책이 역효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라리자니는 2005년말부터 2006년초 사이에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논리적 사상가’로 추켜세우며 몇 가지 대미 제안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백악관과의 사이에 비밀협상 채널의 구축을 시도하기도 했었다.

2006년3월 라리자니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수용키로 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승인을 얻기까지 했으나 정작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때 미국이 라리자니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물쭈물하는 동안 하메네이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무시하고 핵프로그램 추진을 한층 가속화해야 한다는 이란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임으로써 라리자니의 새로운 시도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미국의 강경책이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한’ 경우는 비단 이란의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아랍-이스라엘간 평화협상을 진지하게 중재하기 보다는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축출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수년을 허송세월하기도 했다.

또 이라크의 역사를 무시, 강력하고 중앙집권화한 기구를 없애는 대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라크에 강제 접목하려는 시도도 미국의 일방주의를 드러내주는 대표적 사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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