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는 보수층을 둘로 나눠 버렸다.
양분된 보수층은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는 뉴라이트(신보수) 계열과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올드라이트(구보수) 계열로 구분된다. 성향으로 따진다면 이 후보의 중도실용적 보수와 이 전 총재의 강경보수로 나뉠 수 있다. 초유의 보수 대 보수 대결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후보와 이 전 총재의 보수는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다. 이 후보는 실용주의 보수 노선인 반면 이 전 총재는 정통보수, 강경보수를 내세운다. 이 후보가 한 클릭 중도에 가깝다.
이는 대북정책에서 양측의 입장이 특히 갈리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후보측은 대북정책에 대해 전향적 태도다.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는 거부하지 않으며 남북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측은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강경하다. 양측 모두 정권교체를 첫번째 기치로 내세우면서도 이 후보가 경제를 중시하고, 이 전 총재가 안보와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점도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런 차이를 바탕으로 외곽 지지 정당 및 단체의 구도도 갈라진다. 이 후보 지지 성향 단체는 새로운 보수 노선을 표방하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자유주의연대'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 등 5개 보수단체는 7일 오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민주주의 대한 중대한 도발이며 우파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박종웅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민주연대21', 이 후보의 팬클럽인 'MB연대' 등도 지원 그룹이다.
반면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정통보수 세력도 적지 않다. 우선 국민중심당과 선진한국당을 비롯해 충청의 미래, 창사랑 등이 이 전 총재 출마를 지지한다.
정근모 참주인연합 대선후보도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전 총재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중당 심대평 후보는 이날 "이 전 총재가 왜 출마 결심을 했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연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쪽 지지 단체 회원들은 이날 이 전 총재가 출마 회견을 가진 서울 남대문 이 전 총재 사무실 주변에서 각각 집회를 갖고 장외공방을 벌였다.
이 같은 보수 대결 구도가 어떻게 결론 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강경보수 보다는 실용보수가 중간층을 더 끌어들일 수 있어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이 전 총재의 안정감이 범보수대연합을 명실상부하게 이뤄 낼 수 있다면 판세를 점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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