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얼마 전 더 이상 성냥갑 아파트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도시환경이 그동안 너무 획일적이고 미적 다양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계획은 건설인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건물의 구조 형식은 한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공동주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가 추후 가변ㆍ확장이 불가능한 벽식 구조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외국은 공동주택의 대부분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둥식 구조로 돼 있어 우리와 대조를 보인다.
물론 현재의 벽식 구조가 가장 경제성 있는 건축 양식이기는 하나 재건축으로 인한 사회환경적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재고할 때가 됐다고 본다.
생활 패턴의 변화로 큰방과 작은방의 경계를 트고 거실을 넓히는 등 공동주택은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어느 정도 내부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벽식 구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벽식 구조는 100년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기는 하지만, 생활 패턴의 변화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벽식 구조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공사 비용이 재건축 비용의 90% 수준에 이른다. 비용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리모델링이 가능한 아파트를 짓도록 권장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관련 법도 이미 제정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리모델링 할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를 지으면 용적률의 5%를 추가로 주겠다는 조례가 있다. 조례 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다른 시ㆍ도에 비해 앞선 것은 사실이나, 건축 비용 등을 감안하면 용적률 5%의 인센티브로는 리모델링의 활성화를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가변ㆍ확장 가능 구조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벽식 구조 아파트보다 부담이 5%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시공사, 시행사가 리모델링 구조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다른 문제이지만 선분양제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축기간이 북미보다 약 2, 3배가 걸리는데 그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선분양제도인 것 같다. 선분양제도에서는 시공사 또는 시행사가 분양대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한다. 분양대금의 입금에 맞춰 공사비가 집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비용이 공사대금에 포함돼 있으니 시공사나 시행사가 공기단축 및 공기절감 기술을 발휘해도 금융이자에 대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결국 공기 단축의 동기 부여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완 조치로 북미처럼 분양대금을 금융기관에 일정기간 위탁하고 공사비는 시공사, 시행사가 별도의 건설금융을 이용해 조달토록 한 뒤 공사 완료 후 분양대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보완하면 조기 자금 회수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공기단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또한 중소건설업체에 미칠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도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공기절감을 통한 경쟁이 촉발돼 후손들에게 재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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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진 (주)콘스텍 대표
한국복합화건축기술협회 시스템거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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