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 정치 발전에 매우 좋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우선 절차적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정당정치의 근본을 흔들고 정치적 기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7일 “이 전 총재 출마가 법적인 하자는 없지만 민주주의의 핵심인 절차적 민주주의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 후보가 있는데도 당원이었던 사람이 탈당해 출마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는 “이 전 총재는 정당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은 탈당해 출마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현행법의 틈새를 이용해 출마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당정치의 틀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책 선거를 완전히 실종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공약, 가치를 제시해 판단의 근거를 삼도록 해야 하는데 이 전 총재의 뒤늦은 출마로 이런 기회가 원천봉쇄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실상의 경선 불복, 정계 은퇴 번복 등 반칙 이미지로 얼룩진 출마에도 이 전 총재가 단숨에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단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강원택 교수는 “이명박 후보가 끌어안지 못하는 상당한 수의 보수층이 이 전 총재식의 보수 가치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칙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만 이 후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고, 조만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비정상적 선거 구도를 만들어 국민 대표성을 왜곡하고 있다”며 “명분이 없어 갈수록 지지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교수는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비판하는 층이 훨씬 많기 때문에 출마 선언 이후에는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렇게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