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으로 10년간 2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업은 한미 FTA로 인해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이다. 대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재탕형 대책이다. 우선 농민들 입장에서는 절대 지원 액수가 적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의 예를 감안할 때 최소 50조원 규모는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원규모가 아니라 그 내용이다. 피해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1조 2,200억원), 고령농의 은퇴를 유도하기 위한 경영이양 직불제(1조 7,895억원), 농업 소득 감소액의 80%를 보전해 주는 소득안정 직불제(1조 7,200억원) 등이 핵심이다.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대책을 반복하거나 돈으로 피해를 때우려는 발상일 뿐, 농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나 신선한 대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원 규모가 크게 감소한 이유는 그 동안 농업구조조정 대책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돈만 쏟아 부었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는 비난 때문이다. 한ㆍ칠레 FTA 대책의 예만 보더라도 수입도 되지 않는 복숭아 농가에 1,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엉뚱한 곳에 잘못 쓰인 예가 부지기수다.
과거 사례가 족쇄가 되어 지원 규모가 줄어든 것도 억울한데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는 부실한 대책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