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시장은 1950~60년대의 미국과 비슷하다. 현대차의 독점적 구조가 극복돼야 한다. 가족경영도 문제다. 시장이 좀 더 개방돼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전세계 자동차의 고객만족 순위를 매기는 회사로 유명한 J.D. 파워의 창립자 제임스 D. 파워3세(76ㆍ사진) 회장이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독점구조 등 국내 자동차시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고객만족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그는 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부품ㆍ소재 국제포럼'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갖고 한ㆍ미 자동차 시장을 비교하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40년간 자동차 분야의 고객만족을 연구한 전문가답게 파워 회장은 먼저 독점구조의 폐해를 지적했다. "독점은 시장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변화ㆍ확장되고 있는 만큼, 한국시장도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더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품질은 엔지니어가 아닌 시장에서 결정되므로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국내 자동차시장의 76%를 점하고 있고, 르노삼성(9%) GM대우(8%) 수입차(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파워 회장은 1950년대 독점 지위를 누리던 GM(50%)이 일본차의 등장과 함께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거울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가족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포드가 좋은 예이다. 가족경영을 하는 포드는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고, 결국 경쟁력이 약화했다.
도요타는 가족경영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 오늘날의 도요타로 거듭났다." 비판 일색이던 그는 "현대차와 정부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면서 "시장을 개방하고 가족경영 체제를 극복해야 현대차가 더 건실한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50년대 포드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의 노조문제도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독점적 지위를 누렸기 때문에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졌다.
이는 자동차 가격 인상과 함께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미국 자동차 메이커의 경쟁력 약화가 당시부터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차에 대해 "미국에서 10년 워런티(보증)를 제공할 만큼 품질이 크게 개선됐으며, 디자인 상품개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모두 우수하다"면서도 "마케팅과 판매망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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