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으로 선거판에 뛰어든 이회창 전 총재가 내세운 회심의 카드는 바로 범보수 진영의 결집이었다.
그는 7일 정계복귀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데 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가 있냐”면서 “중요한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의 근본적 재정립, 무너진 한미동맹복원,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법치혁명 등 색깔이 분명한 ‘이회창 브랜드’의 공약들을 내놓았다.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이 후보와 각을 세우고 정통보수를 자처한 자신이 구심점이 돼 범보수세력의 역량을 한데 모으면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총재는 우선 국민중심당, 참주인연합 등과 연대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성향상 중도우파에 가까운 고건 전 총리와 손잡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 인사는 “경륜있고 온건한 이미지의 고 전 총리를 영입하면 이 전 총재의 강경보수 이미지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혁규 전 의원도 지난주 이 전 총재를 만난 것으로 알려져 동참 여부가 주목된다.
외연확대의 종착역은 이 전 총재와 지지층이 겹치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박 전 대표와는) 어느 날엔가 서로 뜻을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연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전 총재측 관계자는 “BBK사건 김경준씨 귀국 이후 검증공방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내 화합이 더디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돈과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출사표를 던진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으면 강력한 인적ㆍ물적 기반을 갖추게 되며 이 후보측에는 결정적 타격을 줄수 있다.
이 전 총재가 끝까지 완주할지, 이 후보와 단일화할지는 선거 막판의 지지율에 달려 있어 보인다.
대략 ‘40%(이명박) 대 20%(이회창)’의 현 구도에서 격차를 10% 이내로 좁히지 못하면 보수층의 분열이라는 여론의 압박 때문에 결국 후보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이 전 총재도 이날 “정권교체를 위해 이 길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보수진영과의 연대에 방점이 찍힌 만큼 이 전 총재 선대위는 최소 규모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는 혈혈단신의 출마임을 강조하며 “필요한 최소인원을 갖고 아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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