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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6>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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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07 시대정신 대기획] <6> 교육개혁

입력
2007.11.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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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대기획의 여섯 번째 ‘교육개혁’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과 연세대 김하수 교수 모두 “교육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토론자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교육공약 입안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교육부 개혁론은 공담(空談)이 아닌 실천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두 토론자가 문제의 원인분석이나 개혁 방향을 놓고 큰 편차를 보였지만 지금까지 교육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KDI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이 의원은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관치, 즉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억누르는 데 있다”면서 “혁신 주체가 현장의 학교여야 하는데 교육부가 사사건건 간섭하는 바람에 교육의 시계는 오랜 세월 멈춰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교육부는 통제 부서가 아닌 지원서비스 부서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는 현 교육부의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이며 발전적 해체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그 동안 제대로 된 지원은 하지 않고 개입만 했다”면서 “교육부의 관료주의는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대학에 지원만 하고 손을 놓으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고 교육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교육부 개혁은 관료주의를 없애고 공공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 일단 개혁을 하되 존속시키는 입장이었다.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이 의원은 다양성을, 김 교수는 공공성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평준화의 문제는 붕어빵식으로 똑 같은 교육을 강요하는 것으로 사교육에 접근하기 힘든 저소득층에 가장 큰 피해를 주었다”면서 “좋은 학교를 전국에 많이 만들고 장학제도를 확충하는 것이 교육으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극소수가 파이를 획득하고 나머지는 낙오자가 돼버린다”면서 “국가가 미세한 부분까지 간여해서는 안되지만 교육의 공공성 유지에 확실히 개입, 공정하고 폭 넓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성 기자 leeys@hk.co.kr

■ 이주호 VS 김하수

시대정신 대기획의 여섯번째 토론은 사실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간 논쟁이었다. 토론자인 이주호 의원과 김하수 교수가 두 후보의 교육공약 마련을 주도한 핵심이기 때문. 톤은 부드럽고 낮았지만 “그런 공약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직설적 비판이 거침없이 제기된 볼만한 난전(亂戰)이었다.

_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현실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이주호 의원= 정부,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부의 관치(官治)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교육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오로지 입시 문제로 고교와 대학을 규제했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좋은 학교, 좋은 대학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있는데 입시만 문제삼다 보니까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사교육 팽창을 불러왔지요. 교육부의 관치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김하수 교수= 해방 이후 국가가 교육에 깊이 관여했지만 예산을 늘리는 등의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가 기능이 시장 만능세력에게 잠식 당하기 시작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국가가 어느 정도는 후퇴할 필요는 있지만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권리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_최근 미래 교육의 방향을 놓고 경쟁력과 기회균등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는 논쟁이 활발합니다.

이=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평준화의 가장 큰 문제는 똑같은 인재를 양산하는 붕어빵식 교육에 있습니다. 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 돼야 하지만 똑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은 가장 불평등한 교육입니다. 획일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학교간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정부는 차이가 드러나면 '평준화에 위배된다'며 무조건 억누르려 합니다.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이지요. 김 교수님이 지난 10년이 시장만능주의 시대라고 했는데 저는 관치가 다양성의 욕구를 억압해온 10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교육부는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고 대학입시에서도 3불(不)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사항을 규제합니다. 교육 시계는 10년 동안 멈춘 상태입니다.

김= 기회균등과 경쟁력은 인간의 오른팔, 왼팔과 같은 것입니다. 민주화 이후 정부는 전략적 실수를 범했습니다. 돈은 안들이고 3년만 채우면 졸업을 시켜줬습니다. 국가가 손을 놓은 게 잘못이지요. 분명 국가와 민간 부문 사이에는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시시콜콜한 것까지 관여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교육의 공공성 유지에는 확실히 개입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도록 해줘야 합니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극소수가 파이를 전부 획득하고 나머지는 낙오자가 돼 버립니다. 공정하고 폭 넓은 경쟁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 국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입시 제도를 쥐고 흔드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닙니다. 평준화 개혁도 결국은 입시를 뜯어 고치겠다는 얘긴데, 이 시스템은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학입시라는 큰 제도에 대한 국가 개입이 미세한 부분까지 간섭을 초래한 것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학교에 자율성을 준 뒤 저소득층을 위해 장학제도를 충분히 마련하는 일입니다. 대학에 대해서도 학생선발 등 운영에는 상관하지 말고 재정지원을 강화하면 그만입니다. 좋은 교육이 되려면 좋은 대학, 학교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사사건건 참견하면 좋은 학교는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입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지난 30년 동안 국민이 꾹 참고 따라왔는데 정부가 나서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김= 고교평준화가 반드시 하향 평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보다 경쟁력은 분명 높아졌습니다. 다만 국민의 욕망도 커진 것입니다. '고교는 평준화, 대학은 서열화'라는 구조적인 불일치가 입시에서 큰 모순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을 국가가 손을 못 댔고, 시장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지요. 좋은 학교를 언급하셨는데 공고한 서열 구조 속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 교육은 지금 병목 상태에 있습니다. 서울대, 연ㆍ고대 등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타 대학으로 부르는 현실입니다. 이 구조를 깨뜨려야 입시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일부 대학들은 교육 외적인 조건이 좋은 학생들을 많이 끌어들여 명문대로 발돋움 했습니다. 이른바 브랜드 장사를 한 것이지요. 이것은 자율이 아니라 공공성에 대한 도전입니다.

_이왕 말씀이 나왔으니 교육부의 기능을 짚어보지요. 일각에서는 교육부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고 반대로 정부의 역할론도 있습니다.

이= 교육부가 문제의 진원지입니다. 교육부가 아무리 고민해도 창의력을 입시에 반영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대학에 맡겨놓으면 본고사가 부활할까 우려합니다. 하지만 선진국 대학들은 본고사를 안쳐도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뽑습니다. 시험 잘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우수한 재목을 골라내는 것입니다.

미국 버클리대의 경우 입학 사정관만 100여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성적을 보더라도 총점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총점이 같아도 성적이 꾸준히 상승했거나 어려운 역경을 극복한 학생을 뽑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교육부가 대학의 학생선발 기능을 불신하고 획일적인 지침을 내리니까 입시 문제가 난맥상을 겪는 것입니다. 우리 대학에는 입학사정관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는 그 부분을 지원만 하면 됩니다. 간섭하고 규제하고 통제하는 부서가 아니라 지원, 서비스 부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교육부 기능은 다 없애야 합니다. 발전적 해체를 해야 합니다.

김= 교육부를 폐지한다면 국민 99%는 시원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교육부가 욕먹는 가장 큰 이유는 관료주의 때문인데 개혁돼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관료주의도 개혁돼야 합니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만 하고 손을 놓으면 도덕적 해이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교육 주체간 소통, 국가경쟁력을 위한 방향 제시 및 지원, 그리고 공공성 유지를 위한 파수대 역할은 해야 합니다. 따라서 관료주의 극복과 공공성 제고의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대학의 관료주의도 교육부의 관료주의가 키운 것입니다. 자율성이 강화된다면 대학은 그것을 향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경쟁에 놓이게 됩니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대학이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보호해주고 방패 역할을 해왔습니다. 교육은 공공성이 큰 분야이지만 정부가 개입한다고 공공성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지원을 잘 해주고 좋은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는 현장에 맡기라는 얘깁니다.

_요즘 모든 논쟁의 중심에는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극복할 대안은 없는지요.

이=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저소득층 계층입니다. 이제 개천에서 용은 나올 수 없는 세상입니다. 한나라당 교육 공약의 핵심도 교육으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 끊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됩니다.

소외계층 아이들에게도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돈이 없어 좋은 학교를 갈 수 없다면 장학금을 줘서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도 주변에 좋은 학교가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학교를 전국에 많이 만들고 장학제도를 확충하면 적어도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가는 경우는 안 생길 것입니다.

김= 평준화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평준화를 했으면 대학의 질을 높이고, 공교육의 수준을 끌어 올렸어야 했는데 그런 작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양극화는 사회ㆍ경제적 조건과 깊이 관련돼 있는데 교육이 양극화를 강화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특목고가 각광받는 이유도 교육이 조건이 좋은 아이들한테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못난 아이들, 평범한 아이들도 잘 살게 만드는 길을 안내하는 것이 교육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민들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좁디 좁은 대학의 문은 사교육의 도움이 없다면 절대 뚫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입시의 고리를 끊고 대학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입시의 고리를 끊는다고 고교의 질을 높이는 게 가능할까요. 기본적으로 고교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입시가 없어지면 좋은 고교를 만들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정동영 후보의 입시 정책대로 '입시부담을 없앨 테니 고교에서 열심히 가르쳐 봐라'고 하면 고교의 질은 더 떨어집니다. 고교간, 대학간 경쟁체제를 구축, 다른 학교보다 나은 점들이 입시에서 인정받는 구조가 돼야 고교 교육의 수준이 올라갑니다. 입시는 배제한 채 좋은 고교를 만들라는 것은 환상입니다.

김= 점수에 의한 대입 전형이, 게다가 국어 영어 수학이 중심이 된 학생 선발 방식이 고교 교육을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지 입시를 위해 고교 과정에서 폭 넓게 공부해야 할 범위를 줄여놓고 그것을 계량화한다는 점이 잘못이란 것입니다. 당연히 경쟁은 있어야 합니다. 입시를 염두에 두지 않고도 얼마든지 경쟁을 자극해 가면서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_구체적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정부의 3불 정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3불 정책은 입시 규제를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문제는 3불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정부가 통제해 왔다는 점입니다. 교육부는 규제를 풀고 대학을 자율화하자고 하면 이를 3불 폐지로 인식합니다. 학교煇갚綏瞿?학생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학생부, 소위 내신을 강화하려 해도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대학이 학생부를 통해 학교간 차이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고교등급제에 걸립니다. 학교간 차이를 인정 못한다는 방침 때문이지요. 내신에 반영할 내용이 없는데 비율만 무조건 50%로 올리라고 하니 대학이 거부하는 것입니다.

3불론자들은 모든 차이를 금합니다. 내신을 상대평가해서 똑같이 적용하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옛날처럼 선배들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나눠서는 안되지만 그 해 고교의 프로그램을 대학이 평가해서 뽑는 것까지 금지해서는 안 됩니다. 본고사는 내신 규제를 완전 철폐하고, 대학도 충분히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됐을 때 마지막 단계에서 자율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대학 자율이 아젠다이지 3불 폐지가 주된 목적은 아닙니다.

김= 3불 정책은 낡은 시대의 명제입니다. 정부가 돈은 안 들이고 금지만 하다 보니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정부는 일단 3불 정책을 유지하되 거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중ㆍ고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준 높은 대학의 숫자를 대폭 늘려 3불이라는 말이 무의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내신평가 방법은 답보상태에 있습니다. 국ㆍ영ㆍ수 몇 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가 대학에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는 상태로 개선돼야 합니다. 비수량적인 부분을 늘려 질적인 정보가 학생부에 담겨야 한다는 말이지요. 2000년대 초부터 실시된 농어촌특별전형 제도는 비록 학교 수준은 낮지만 그 곳에서 잘했다면 인정해주자는 취지였습니다. 시골 학교의 교육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저는 그렇게 때문에 정 후보의 공약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학교간 차이를 인정 안하면 결국 평준화로 귀결됩니다. 김 교수님 말씀대로 노력하는 농어촌 학교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현재 입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설령 각고의 노력 끝에 한 해 10명의 인재를 배출했어도 1명만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 받는 시스템입니다. 학교 프로그램의 차이를 인정하면 학교들이 경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_특목고 문제도 현안입니다. 교육부는 존폐 여부를 차기 정권에 미루겠다고 했습니다.

김= 특목고는 이제 일반고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목고는 이미 그 목적을 상실했습니다. 외국어고에 이과반이 나타나는 등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과학고도 상대적으로 비난은 덜 받지만 기초과학에 공급돼야 할 인력이 의대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특목고를 현재 상태로 존치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획일화된 제도 아래에서 과학고, 외고만이 수월성 교육을 하고 있으니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모든 학교를 자율화하면 다양한 교육이 가능해 쏠림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자율형학교, 농ㆍ어촌의 기숙형 학교 등 지역마다 다양성이 있는 학교들이 많다면 왜 굳이 서울에 있는 외고를 보내려 하겠습니까. 어찌 보면 정부가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대립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외고의 자율형 학교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_특목고를 없앤다면 그 이후의 고교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 학교 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외고, 과학고, 자율형 학교는 자칫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일반고도 학교마다 수준별ㆍ단계별 커리큘럼을 활성화한다면 여러 형태의 다양한 교육을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부담하는 학생 1인당 교육비가 300만원 가량인데 700만원 정도는 돼야 일반고가 특목고와 여건이 비슷하게 된다는 판단입니다. 그 다음에 특목고를 다른 성격의 학교로 흡수하든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게 하든지 해야 합니다.

이= 현재 평준화, 특목고 시스템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양성 추구는 정부가 10년 동안 하지 못한 일입니다. 300개 학교가 먼저 특색있는 교육을 실시하면 고교 교육의 정상화도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습니다.

_궁극적으로 대학이 교육의 정점이자 국가경쟁력의 원천입니다. 대학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김= 지표상 우리나라 중ㆍ고교생들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대학은 가장 잘하는 대학이 세계 100위 안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입니다. 이제는 교육중심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격을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대학들의 저항 때문에 추진이 여의치 않다면 국ㆍ공립대학이라도 먼저 치고 나가야 합니다.

교육중심 대학은 4년동안 인재 육성에만 전념하고, 연구중심 대학은 대학원 위주의 연구ㆍ개발(R&D)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처음에 대학원 체제로 하다가 학부과정을 만든 한국墟閨茱嚮?KAIST)처럼 가서는 안됩니다. 교육중심 대학은 학과의 커리큘럼을 중시하고, 연구중심 대학은 연구 주제에 보다 비중을 두는 등 각각의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또 일부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으로 전환하면 서열화 구조를 흔들 수 있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학들도 연구와 교육을 모두 잡겠다는 욕망을 버려야 합니다.

이= 모순이 많습니다. 정 후보의 핵심교육공약이 대입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인데 학생 선발에서부터 대학의 자율성이 제약을 받는다면 선진국 대학과 경쟁이 가능할까요. 연구중심, 교육중심 대학으로 가겠다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정부가 선정권을 가지면 잘못된 것입니다. 대학 스스로 교육 중심이 유리하다는 판단하면 그 쪽으로 가는 것이고, 연구 인센티브가 학교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지원 시스템을 갖춰 놓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은 끝입니다.

지원 방식도 학술진흥재단처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민간기구가 맡는 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두뇌한국(BK)21 사업, 누리사업 등 교육부 사업도 모두 돈을 나눠주는 시스템입니다. 지원기준 역시 학생수 등 표준기준에 의한 자원배분 방식인 포뮬러 펀딩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게 관치입니다. 계량화 지표가 있다면 정부개입 없이도 자동적으로 돈이 지원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지금은 정부 요구대로 보고서를 쓰는 껍데기 특성화일 뿐입니다.

김= 하지만 민간 부문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도덕적해이가 생겨날 소지가 있습니다. 정부의 투명한 의사결정과정과 민간의 도덕적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_두 분은 이명박ㆍ정동영 후보 교육정책의 핵심 입안자이신데 상대 공약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십시오.

이= 그 동안 과도한 관치, 획일성으로 교육 문제가 안 풀렸는데 정 후보 공약은 문제를 더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입시에 경도돼 있어 이 문제만 해결하면 실타래가 풀린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고교ㆍ대학의 경쟁력을 동시에 떨어뜨리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관치를 탈피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을 수 있고, 고교도 다양한 학생을 키우게 하고, 그런 노력이 입시에 반영돼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입시 때문에 아무 것도 안되니까 차라리 입시를 폐지하자는데 어느 나라도 시도한 적이 없는 일입니다.

김= 입시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국가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질적 요소를 측정하고, 심지어 고교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대학에 입학하는 시스템의 나라도 있습니다. 입시와 단절함으로써 중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이 후보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계층 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교육여건이 좋은 특정 부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책입니다. 교육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은 모두에게 희망을 줘야 합니다.

이= 희망을 말씀하셨는데 자율형학교,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고 모두 희망을 주는 학교입니다. 고교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면 일본 유학까지 보내줍니다. 자율형학교도 귀족형 학교를 늘리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신 취약계층에는 국가가 최대 1,000만의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스크럼을 짜고 모두 가라앉을 것이냐, 좋은 학교 만들기에 동참 할 것이냐, 그 차이입니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정리=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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