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있다.
방미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다짐, 양국 관계가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갈등에서 벗어나 새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이 살았던 마운트 버논에서 오찬에 이어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 등 중동문제와 파키스탄 사태 등을 두루 논의했으며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 및 이라크 민주화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지지, 양국간 우호협력관계가 정상화됐음을 과시했다.
양국 정상이 마운트 버논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독립 시기에 영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데 프랑스가 도움을 준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프랑스 정상으로는 11년만에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함으로써 양국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반영했다. 미 의원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전임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방미 당시 의회 연설을 허용하지 않는 등 1996년 이후 프랑스 정상의 미 의회 연설은 이뤄지지 못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일 밤에는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 “나는 프랑스 국민을 대표해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워싱턴에 왔다”면서 “(그 메시지는) 우리가 미국의 마음을 다시 정복해 되찾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의 대미 정책이 변화했음을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일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에 도착한 후 미-프랑스 재계회의에서 행한 강연에서는 “미국과 프랑스간에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양국간의 동맹과 우정, 연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며 “나는 왜 우리가 미국과 다퉈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이라크에 이어 미국의 최대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추진 중인 대 이란 제재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과거 1, 2차 대전 때 미국이 유럽을 도왔던 사실을 들어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고 밝힌 뒤 프랑스인인 라파예트 후작이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을 도와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일을 거론하며 양국간의 뿌리깊은 유대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위대한 경제는 위대한 화폐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며 미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지나치게 달러 약세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고 환경보호 문제 등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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