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부 분란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싶었다.”
올시즌 K리그에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돌풍을 일으킨 경남FC 박항서(48) 감독이 돌연 감독직 사퇴 의사를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경남FC 구단 관계자는 7일 “박항서 감독이 어제 오전 사무국에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하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연락을 끊고 모처에서 칩거중인 박항서 감독은 대리인을 통해 본지에 사퇴배경을 밝혀왔다. 박 감독은 “지금 직접 통화 할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면서 “사퇴 이유에 대해 비리설 등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 무근이다. 구단 내 갈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데다 최근 들어 건강 상태가 나빠져 당분간 쉬고 싶었을 뿐이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식사를 할 때 구토를 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감독의 급작스런 사퇴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보다 팀 운영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던 전형두 대표이사가 사직서를 냄에 따라 도의적인 차원에서 자진사퇴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항서 감독은 내년 8월까지 경남FC와 계약이 남아있고 4개월 연장 옵션도 걸려있다.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구단 측과 추가 협의를 해야 하지만 경남FC 사령탑으로 복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 감독 측은 “시간이 지나면 구단측과 감독 계약해지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다. 한 번 사퇴를 결정한 만큼 복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혀 사실상 팀을 떠날 것임을 시사했다.
전형두 대표이사도 6일 이사회에서 사임하면서 창단 2년째를 맞은 도민구단은 혹독한 시련기를 맞게 됐다. 경남 FC 하석주 코치는 “예견치 못했던 갑작스런 일이 터져 당혹스럽다.
선수단이 6일부터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시작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3일 임기를 1년 남겨둔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이 스스로 감독직을 물러난 데 이어 박항서 감독도 며칠 새 자진사퇴하면서 2002년 4강 신화의 두 주역이 동반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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