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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부의 '피랍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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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부의 '피랍 궤변'

입력
2007.11.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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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마부노호 한국인선원 4명이 174일만에 풀려난 하루 뒤인 5일 밤 11시께 외교부는 '마부노호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에서 정부입장이 다르다는 의견에 대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한국일보를 포함한 여러 언론이 두 피랍 사건처리과정의 형평성 문제와 정부대처의 미흡함을 제기한 데 따른 해명이다. 하지만 내용이 궁색해 궤변에 가까웠다.

외교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하고 신속한 석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점에서 두 피랍사건에 대한 정부의 방침에 차이가 없었다"고 강변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사건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식은 너무나 달랐고, 결과적으로 소말리아 사건이 한국인 인질사건으로는 사상 최장기 억류기록을 세웠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탈레반의 협박에 직접 화답했고, 현지 대책단장인 외교부 차관에 더해 대통령 특사와 국정원장까지 직접 현장에 뛰어든 아프간 피랍사건과 본부 대사가 현장을 지휘한 마부노호 사건처리에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국제적 대테러 원칙을 포기하고 탈레반과 직접협상을 마다 않던 정부가 장기억류와 상습적 구타에 시달리던 마부노호 선원들에 대해서는 간접 협상을 고집했다.

외교부는 "납치단체의 성격과 현지 정세에 따라 대응방법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끊임없이 인질살해 위협을 가했던 탈레반의 호전성을 내세웠지만, 대만인 인질 중 한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살해된 것은 무언가.

외교부의 이 같은 해명은 소말리아 납치선원과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차라리 탈레반의 인질살해 위협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고, 그때 협상에 무리가 있었다고 솔직히 시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진황 정치부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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