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자율방범대원 김모(43)씨는 “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농작물 절도범이 갈수록 늘고 있고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범죄 가능성도 커져 경찰 대신 치안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파출소를 없앤 2003년 이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김씨는 “면 인구는 1만 명이나 되는데 경찰은 치안센터에 근무하는 민원담당관 1명 뿐”이라며 “초소도 직접 만들고 순찰차도 구입했지만 역부족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파출소를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지만 ‘기다려보라’는 대답만 듣는다”며 “그 많던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구대 개편’이 치안 공백만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소규모 파출소를 없애고 대신 3~5개 파출소를 하나의 지구대로 묶는 지구대 개편을 단행했지만, 출동 시간은 늦어지고 범인을 현장에서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찰청이 6일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지구대 개편 이후 112 신고 접수를 받은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2002년의 경우 5분 이내 출동 92.8%, 10분 이상 1.3%였지만 2003년에는 5분 이내가 85%, 10분 이상이 3%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지난해까지 크게 변동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출동이 늦다 보니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비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5대 사범(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현장 검거율은 87.9%였지만 지구대를 개편한 이듬해에는 80% 아래로 떨어진 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수도 서울의 치안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112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5분 안에 출동하는 비율이 2002년 96.8%에서 해 마다 크게 떨어져 2006년에는 무려 85.6%까지 하락했다. 현장 검거율도 2001년 81.5%에서 2005년 52.2%로 낮아지더니 지난해에는 50.3%에 그쳤다. 신고를 받아도 2명 중 1명밖에 검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치안 공백의 주된 이유는 경찰청이 치안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인원 및 장비 마련도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지구대 개편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난해부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파출소를 꾸준히 부활시키고 있지만 지구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박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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