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규모 무역업을 하는 김모(54)씨는 최근 강남 테헤란로에서 사무실을 얹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인근 오피스텔을 임대해 임시 사무실을 차렸다.
#2 중견건설사 W사는 올해 4월 본사 확충을 위해 강남 교대역 부근의 빌딩을 380억원에 매입했다. 무리한 투자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 빌딩은 불과 6개월이 지난 현재 시가 500억원의 '황금알'로 변했다.
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에서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경기 회복으로 임대 수요가 꾸준히 느는 반면 사무실 공급은 적어 대형 오피스 빌딩에 빈 곳이 없다. 서울의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사실상 빈사무실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1%대로 떨어졌다. 덩달아 임대료와 매매가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투자자문사인 알투코리아가 올해 3분기 서울의 강남권, 도심권(종로ㆍ중구), 마포ㆍ여의도권의 대형(10층 이상ㆍ연면적 1만㎡ 이상) 오피스빌딩 1,055개 동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200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사무실 이전으로 인한 임시 공실을 빼고는 사무실이 100% 꽉 찼다는 얘기다.
공실률이 줄어들면서 임대료와 매매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대형 오피스건물의 임대료는 5,5%가 상승했고, 매매가는 10.1%나 올랐다.
특히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14.4%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에 매각된 대우센터빌딩 매매가를 더할 경우는 상승률이 28.2%에 달한다.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오피스빌딩 공급은 2000년 이후 오히려 줄어들었다. 여의도, 강남 등 주요 도심은 1991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66만㎡(20만평)의 오피스빌딩이 공급된 데 비해 2000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37만㎡(11.3만평)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가 살아나고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건설사들이 주요 도심에 주상복합과 아파트를 짓는데 집중하면서 사무실 공급난은 심화됐다.
외국계 회사들의 공격적인 오피스 빌딩 매입도 매매가 상승을 자극했다.알투코리아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서울 오피스빌딩 중 9.4%가 외국계 소유다. 이는 1999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권 오피스빌딩은 15.2%가 외국계로 넘어갔다.
문제는 이같은 공급부족 현상이 2~3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2010년경까지 이 같은 오피스빌딩의 공급난이 이어질 것"라며 "만약 투기수요까지 가세한다면 임대료와 매매가가 급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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