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공식화한 가운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측 사이의 분란이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분란의 이면에는 내년 4월 총선 공천권과 당권 싸움이 숨겨져 있어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선 이후 당권 장악 문제, 특히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어느 쪽이 주도적으로 행사하느냐는 문제가 이번 사태의 결정적 배경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양측 모두 이 점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이 최고위원이 만약 박 전 대표 측의 요구대로 퇴진한다면 이 후보 측으로서는 당내 역학관계에서 박 전 대표 측에 밀릴 위험성이 크다. 대선 이후 당내 구심점이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총선 공천권에서 이 후보 측의 영향력이 약화할 것은 뻔하다.
반대로 이 최고위원이 버티고 있다면 박 전 대표 측으로선 눈엣가시다. 이 후보 측이 이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뭉쳐 당권까지 장악하려고 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표 측은 총선 공천에서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양측은 6일 더 강도 높은 신경전을 벌였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 사퇴를 더욱 압박했을 뿐 아니라 당권ㆍ대권 분리까지 거론했다. 공천권 보장 얘기도 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당권ㆍ대권 분리는 대선 이후 독재ㆍ독점을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당헌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그 정신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당 화합을 위해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이 당권ㆍ대권 분리 문제를 화합책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미다. 다른 측근은 "모든 문제의 근본이 사실 공천"이라며 "공천 불안감을 없애 주면 일이 다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오히려 강경 목소리가 커졌다. 박 전 대표 측이 이 전 총재 출마를 기화로 당권과 공천권을 털어가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후보 한 측근은 "박 전 대표 측이 욕망을 너무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그 다음엔 또 뭐냐" "불난집에서 튀밥 주워 먹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후보 핵심 측근 의원은 "어차피 언젠가는 한번 해야할 당권 싸움"이라고 했다. 때문에 이번 기싸움에서 밀릴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후보 측이 강경책을 고수하기만은 어렵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하는 마당에 박 전 대표의 협조는 하루가 급한 일이다.
실제 "박 전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에는 이 후보 측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다 이 후보가 고심 끝에 원만하게 해결하는 쪽으로 결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