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한때 900원선까지 무너지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8월28일 이후 10년 여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고 조만간 800원대 진입 가능성도 매우 큰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의 급락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에 기인하고 있다. 1990년대 강한 달러 정책으로 수입물가를 안정시켜 ‘물가상승 없는 장기 안정성장’을 구가했던 미국은 이제 지나치게 누적된 무역ㆍ재정적자로 더 이상 강한 달러 정책을 펴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주택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금리 하락으로 다른 통화보다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달러표시 수출단가가 높아져,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2006년 10%가 넘게 절상된 원화가치로 인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실제 2002년초 1,300원이 넘었던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대까지 떨어지는 동안 국내 경제는 안정적 성장을 보였다. 주식시장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06년 원화 강세는 엔ㆍ유로화 등까지 앞지른 ‘나홀로 강세’여서 타격이 컸지만, 올 들어 원화 절상률은 전세계 통화 중 최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다른 통화와 비슷하거나 낮은 절상률이라면 수출 경쟁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식시장의 입장에서 지금의 원화 강세는 2003년 이후 신흥증시 상승과 함께 나타났던 두 요인(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을 뿐이다. 달러자산의 매력 저하는 아시아 신흥시장 등 다른 통화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을 높여준다. 여전히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달러자산 대신 다른 통화에 투자를 늘린다면 이 또한 신흥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한없이 추락하는 달러가 신흥시장 경제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정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를 재앙이 두려워 지금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또한 그다지 현명한 전략은 아니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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