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평소 존경하는 조훈현 사범께서 한국기원 한상렬 사무총장과 함께 저를 찾아와 '세계 기전 못지 않은 번듯한 국내 기전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하길래 '좋은 말씀이다'라고 생각하고 그에 따랐을 뿐입니다. 전통 있는 기전인 명인전과 손을 잡게 된 만큼 앞으로 이 대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바둑팬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총규모 7억권, 우승 상금 1억원으로 사상 최대 국내 기전인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의 후원사인 조기송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 사장(58)은 "그 동안 한국 바둑이 세계를 제패했지만 화려한 국제적 위상에 비해 국내 인프라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바둑이 세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먼저 그 뿌리인 국내 기전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친인 조순 전 경제 부총리를 비롯, 가족이 모두 바둑을 즐긴다고 알고 있는데 기력이 어느 정도인가.
"아버님과 형님은 고수지만 나는 실력이 별로다. 어릴 때부터 두 분께 주눅이 들어서 오히려 바둑을 많이 배우지 못 했다. 부친과도 거의 바둑을 둔 적이 없다. 그보다는 주로 두 분 바둑을 관전하는 편이었다.
아까 김인 국수께서 내 기력이 아마3단 정도라고 했는데 좋게 봐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조 사장은 지난달 30일 하이원리조트에서 벌어진 이세돌과 조한승의 명인전 결승 3국 때 조훈현 9단과 7점 접바둑을 두어서 쾌승을 거두었다.)
-평소 좋아하는 프로 기사는.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이다. 두 분 모두 바둑도 잘 두지만 성품이 아주 좋으신 것 같다. 이국수는 1인자이면서도 겸손하고 조국수는 쉰이 넘었는데도 패기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조훈현 사범은 부친께서도 무척 좋아하신다."
-당초 카지노로 출발한 강원랜드가 최근에는 '하이원리조트'라는 종합 패밀리리조트로 변신하고 있다는데.
"강원랜드는 단순히 카지노 뿐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골프장과 스키장, 2개의 특급 호텔과 고급형 콘도, 테마파크, 수영장 등을 갖춘 종합 레저 기업이다.
기존 강원랜드 브랜드로는 이 같은 이미지를 담기에 미흡해 금년 6월부터 국제적 수준의 고품격 종합 리조트라는 의미에 역점을 둬, '하이원리조트'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했다. 내년부터는 아예 기전 명칭도 '하이원배' 명인전으로 바꿀 계획이다"
-혹시 바둑이 경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 격언 중에 '선오십가작필패(先五十家作必敗)'라는 말이 있다. '먼저 50집을 지은 사람은 반드시 진다'는 뜻으로 초반에 너무 유리하다고 방심하다 지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저희 하이원리조트도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라는 온실 속에서 매년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만, 독점권이 언제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대표 브랜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인전을 사랑하는 바둑팬들에게 한 마디.
"요즘 바둑이 점점 속기화 되다 보니 명국이 줄어 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명인전은 국내 최대 기전에 걸맞게 생각 시간이 2시간이므로 좀더 수준 높은 기보가 생산되고 그에 따라 한국 바둑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년부터 새 이름으로 출범하는 하이원배 명인전에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리며 저희 하이원리조트도 한국이 세계 바둑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원유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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