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 않겠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당 내홍 사태가 좀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 최고위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만나자는 제의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만날 필요가 없다”고 손을 내저어 버렸다. 박 전 대표측 이 기회에 더욱 세게 밀고 나갈 태세다.
박 전 대표측 의원 30여명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김기춘 의원 생일 축하를 겸해 모여 입장을 조율했다. 한 참석자는 “이 최고위원 사퇴는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별로 논의도 안됐고, 이방호 사무총장 역시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언행을 일삼았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에 이어 이 사무총장까지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모임에선 이 후보측의 경선 이후 행보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 수위는 경선 이후 최고조였다고 한다.
“이재오를 제거해야 한다”, “그게 무슨 사과냐, 우롱하는 것이냐”, “그게 뭐하는 짓거리냐”는 격한 발언도 쏟아졌다고 한다. 김용갑 의원은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 후보는 이명박의 한나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이명박으로 돌아가 당의 정체성을 살리고, 집토끼부터 먼저 불러모을 수 있도록 읍참마속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 최고위원 사퇴를 촉구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최고위원의 사퇴문제를 모든 것의 선결조건이라고 사실상 선언해 버렸다.
이런 가운데 ‘이 최고위원이 대선에 승리하면 한나라당을 깨고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를 언급했다’는 언론보도가 이날 나오면서 내홍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이 최고위원측은 “오보”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박 전 대표측은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를 탄생시킨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전철을 밟겠다는 것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자기 부정이고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 최고위원을 가운데 두고 맞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론 날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박 전 대표측이나 이 후보측 모두 자존심을 건 듯한 표정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고는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지만, 이 후보 진영에선 “이 최고위원을 사퇴시키면 총선 이후 구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이 후보측 내부에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된 마당에 박 전 대표 마저 놓치면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다만 박 전 대표를 달랠 다른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 후보측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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