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김용철(49) 변호사의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2시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오부터 취재진과 삼성, 검찰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몰려 기자회견장이 마련된 성당 회의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성당 앞 도로도 방송 생중계 차량 등으로 교통 체증을 겪었다.
그러나 이 같은 높은 관심에도 불구,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당초 이날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던 '떡값 검사 40명'명단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삼성전자 전무)의 불법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삼성 내부 문건 등을 내놓지 않았다.
또 김 변호사는 자신이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던 중 수행했던 '고위직 관리 업무'와 관련된 '양심고백성'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고심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다. 추후에 상세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장 곳곳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김 변호사 등이 갖고 있다는 문건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떡값 제공 검사 중에는 최고위층도 있다던데, 누구냐""법무법인 서정과 마찰을 빚어 퇴직한 것 아닌가" "명단 공개는 언제 하나"등 사실확인을 위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사제단은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라며 김 변호사의 말을 가로막았다.
전종훈 신부는 "이렇게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이번 기자회견에 '다른 분들'도 여럿 있어 자칫 문건을 빼앗길 수 있다는 염려가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_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 과정에 어떤 불법, 탈법 행위가 있었나.
"에버랜드와 관련된 범죄행위는 96년말부터 시작됐는데 나는 97년 8월 입사했다. 입사 전부터 벌어진 일이다. 나중에 법무팀에 왔을 때 삼성 측의 수사 대응 업무를 분담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상세히 밝히겠다. 분명 많은 증거와 진술들이 조작됐다."
_이재용 전무가 비자금으로 재산을 축적했나.
"이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은 이미 많이 알고 있지 않나. 내부문건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밝히겠다."
_삼성 측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
(김인국 신부가 대신 답함) "이 전무의 불법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삼성 내부자료가 있다. 지금 이 자리는 아니지만 추후 공개하겠다. 문건은 사제단이 보관하고 있다."
_떡값을 준 검찰 최고위직 간부가 누구냐.
"(떡값 검사) 리스트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
_법무법인 서정 퇴직 사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김 신부가 대신 답함) "매우 지엽말단적인 것에 관심을 쏟으면 안 된다.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이므로 답변하지 않겠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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